경제
그룹총수 출석 청문회에 재계는 ‘우려+걱정’
입력 2016-11-30 16:48 

# 사례1.
모 대기업의 대관 담당자 A씨는 최근 여의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룹 총수가 오는 6일 열리는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국회 분위기를 알아보고 어떤 질문이 나올지 정보를 얻기 위해 의원회관을 돌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을 때가 많아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며 그나마 우린 일이라도 하지만 사업부서는 새로운 투자나 사업은 모두 접고 이 사태가 빨리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 사례2.
현대차그룹은 청문회에 출석하는 정몽구 회장을 위해 국회 인근에 전문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여의도 인근 대형병원과 긴급 연락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정 회장은 10여년 전에 전신마취까지 받고 가슴을 절개하는 큰 심장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이후 급격히 체력이 떨어져 주변의 우려가 크다. 현대차그룹은 청문회가 하루 종일 진행된다는 점과 청문회가 주는 중압감 등에 비춰 79세로 고령인 정몽구 회장이 이를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오는 6일 1차 청문회에 그룹 총수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재계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연말은 한 해 경영실적에 따라 인사를 단행하고 투자계획을 세우는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각 그룹이 정치권의 눈치만 보면서 핵심 의사결정을 미루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로 들어간 것이다. 삼성그룹은 매년 12월 초 실시하던 사장단 인사를 올해는 연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문회가 끝나도 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없다. 곧 출범할 특검이 수사를 시작하면 다시 총수들이 특검 수사선상에서 오르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혹이 있다면 규명해야 하지만 그룹 총수들이 같은 사안으로 계속해서 조사를 받고 국회 청문회까지 출석해야 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청문회가 의혹을 규명하는 것보다 국회의원들이 ‘쇼맨십을 발휘하는 자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당 의원들의 경우 ‘재벌 때리기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 하면서 경쟁적으로 기업을 비난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박대동 전 새누리당 의원은 ‘형제의 난 사건으로 국감장에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한국과 일본이 축구하면 한국을 응원하냐”고 물어 빈축을 샀다. 신학용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이 자리에서 신 회장에게 인천 계양산은 시민의 휴식공간인데 꼭 골프장을 지어야겠냐”며 계속 지을거냐, 포기할거냐”고 압박해 ‘갑질을 했다는 여론이 일었고 다음날 사과하기도 했다.
작년 9월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이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가짜 백수오 논란으로 증인으로 나온 김재수 내추럴엔도텍 대표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엉뚱한 질문을 해 망신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청문회를 계기로 외국 언론은 한국의 대표 수출 기업 삼성 현대차 등을 직접 거론하며 한국 경제 위기론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한국과 경합제품이 많은 중국 일본의 경우 한국을 깍아내리는 것 자체가 자국 제품 수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80만명 이상이 찾는 중국의 투자전문 컨텐츠 플랫폼 ‘띠이황진왕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사태, 한한령(한류 금지령), 삼성 스마트폰 폭발 사건 등 짧은 사이에 한국경제가 각종 모순이 집중적으로 폭발하는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산케이 신문도 지난 26일자에 정부-재벌간 유착을 의심하는 여론이 가혹해지고 스마트폰은 불을 뿜고 있는 등 한국경제는 만신창이 상태”라고 전했다.
이러한 보도 대부분이 한국 기업에 대한 불안 의혹을 증폭시켜 해외에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윤리경영에 많은 신경을 쓰기 때문에 가령 A기업이 검찰 조사에 이어 국회 청문회까지 나오게 되면 이 기업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의 담당자는 A기업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내부에서 증명해야 할 수도 있다”며 이에 따라 시장에서 이 기업과 거래하기를 꺼리게 되면 사업 기회를 뺏길 수 밖에 없다. 정치적 목적으로 기업 죽이기를 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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