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구 서문시장에 큰 불…점포 800여곳 잿더미로
입력 2016-11-30 16:21  | 수정 2016-12-01 17:08

서울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30일 새벽 점포 800여 곳이 잿더미로 변하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2005년에도 대형 화재가 나 점포 900여 곳이 불에 탄 서문시장은 11년 만에 또 다시 깊은 시름에 잠겼다. 특히 서문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방문할 때마다 지역 민심을 둘러보던 영남권 ‘정치 1번지로 박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이날 화재는 오전 2시 8분께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4지구 상가 1층 출입구에서 시작됐다. 불이 나자 지하 1층, 지상 4층 상가로 지어진 4지구(연면적 1만5386㎡)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여 점포 839곳이 모두 소실됐다. 다행히 새벽 시간인 탓에 인명 피해는 없었다.
4지구는 의류와 침구류, 한복 등을 파는 점포가 밀집해 있는 곳으로 불이 나자 유독 가스로 인해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 내부에 방화벽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 없고 섬유류가 많아 불은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차 97대와 헬기 2대, 인력 870명을 동원해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소방관 2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섰다. 경찰은 우선 발화지점을 찾기 위해 화재 발생 최초 목격자인 상가 경비원 A씨를 불러 조사했다. 경찰에서 A씨는 4지구 1층 내부에서 시뻘건 불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며 폭발음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 여부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상인들도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게됐다. 소방당국은 최소 450억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0여명 가량으로 추정되는 4지구 상인들 상당수가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번영회에서는 건물 자체만 최대 76억원을 보상받을 수 있는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다.
서문시장은 2005년 12월 말에도 2지구 상가에서 불이 나 상인 1000여명이 터전을 잃고 689억원의 재산피해를 입기도 했다. 과거에도 서문시장은 1960년과 1961년, 1967년에도 큰 불이 났고 1975년에도 불이 나 건물이 모두 타는 등 화재로 인한 ‘불운은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서문시장은 한강 이남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시장으로 건물 전체 면적은 9만3000㎡다. 총 6개 지구로 4622개의 점포에 상인만 2만여 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서문시장은 선거때마다 정치인들이 꼭 찾는 곳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도 2012년 대선 후보 당시 한 차례 이곳을 찾았고 지난해 9월에도 이곳을 찾아 신발을 구입하는 등 민심 탐방지로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민심이 좋지 않아 서문시장에 걸려있던 박 대통령 사진과 방문 기념 현수막 등이 치워지기도 했다. 김영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회장은 시장을 살리려고 상인들이 정말 노력해 왔는데 이런 화재가 발생해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고 허탈해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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