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면초가’ 현대상선…업황·평판 악화에 동맹가입·투자 딜레마
입력 2016-11-30 15:25 

몰락한 한진해운의 대안으로 남은 현대상선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업황 부진으로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데다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한국 해운업계에 대한 글로벌 화주들의 신뢰도 무너져서다. 또 글로벌 해운동맹인 2M에 가입하는 것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대 확장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기도 하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동맹 2M에 가입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사이 2M의 주축인 머스크는 독일 함부르크수드의 인수를 검토하며 몸집 불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 세계 1위의 선복량을 자랑하는 머스크가 또 다시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은 글로벌 컨테이너선 업황의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치킨게임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쇠렌 스코우 머스크 CEO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 줄어든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시정점유율 확대를 위해 당분간 돈을 잃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상선은 머스크와 달리 여유가 없다. 현대상선은 지난 3분기 230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6개 분기째 적자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최근 외신들은 현대상선을 함부르크수드, 홍콩 OOCL, 이스라엘 짐(ZIM)과 함께 ‘위험한 선사로 꼽았다.
화주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에 나서야 하는 해운업 특성 상 평판의 악화는 물량 유치에 치명적이다. 실제 이날 부산항만공사가 발표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아시아-미주노선의 점유율을 크게 높이지 못한 반면 글로벌 선사들은 물량을 크게 늘렸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아시아에서 북미를 향하는 화물의 5.22%, 북미에서 아시아를 향하는 화물의 6.56%를 운송해 전년 동월 대비 점유율을 각각 0.2%p 늘리는 데 그쳤다. 반면 2M은 아시아→북미 노선에서 24.16%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1년 전보다 점유율이 무려 7.8%p 상승했다. 북미→아시아 노선의 점유율도 지난해 10월보다 3.5%p 늘어난 17.5%를 기록했다. 중국 코스코, 대만 양밍, 일본 K-라인, 싱가포르 APL도 아시아→북미 노선의 점유율을 4.8~0.6%p 늘렸다.
해운업계는 현대상선의 활로를 2M 가입과 선박 경쟁력 확보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지만 이 두 가지가 상충되고 있다. 2M을 구성하고 있는 글로벌 해운공룡들이 현대상선의 성장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2M 측은 현대상선에 선대 규모를 늘리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선대 확장이 절실하다. 아시아에서 미주 서안으로 통하는 관문인 파나마운하가 1만8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 급까지 통과할 수 있도록 확장개통하면서 이전까지 이 노선의 주력 선대였던 4000~5000TEU급 선박으로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M은 또 현대상선이 원하는 것보다 2배 이상의 가입기간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을 현재 수준에서 묶어 두려는 압박으로 보인다. 급기야 외국 해운전문지는 현대상선의 2M 가입이 무산됐다고 보도했고 이에 현대상선이 반박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상선은 이달 말까지 2M 가입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다음달 초로 미뤘다. 이미 아시아-미주 노선에서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빠르게 잠식한 2M 입장에서 현대상선을 받아들일 유인이 떨어졌다는 게 해운업계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관계자는 당초 가입 체결 시점을 이달 말이라고 말한 것은 4월초 2M 합류에 맞춰 국가별 승인절차에 필요한 시간을 여유롭게 잡았기 때문”이라며 다음달 말까지만 가입계약을 체결하면 2M 합류 일정에 맞춰 행정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이 거의 마무리돼 며칠 안에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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