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 3차 담화, 탄핵이든 임기단축이든 조기대선 불가피…향후 정치 일정은?
입력 2016-11-30 08:07 
대통령 3차 담화/사진=MBN
대통령 3차 담화, 탄핵이든 임기단축이든 조기대선 불가피…향후 정치 일정은?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제3차 대국민 담화에서 제시한 자신의 향후 거취는 '질서있는 퇴진'으로 요약됩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 정권이양의 로드맵을 만들어주면 그에 따른 일정과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을 내놓은 순차적인 '조건부 하야'입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습니다.

탄핵절차를 밟지 않고 국회의 총의에 따라 퇴진시기를 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국회의 합의 내용에 따라 시기만 달라질 뿐 내년 12월로 예정된 대선이 앞당겨지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박 대통령이 내년 4월에 사임하게 되면 6월을 전후해 대선이 치러집니다.

◇"안정적인 정권이양"…거국총리 임명·과도내각 구성 = 야당 방침대로 다음 달 2일 또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면 박 대통령 직무는 헌법재판소가 심리를 마칠 때까지 최장 180일간 정지됩니다. 헌재가 인용하면 60일 뒤 대통령선거를 치릅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를 촉구했습니다. 탄핵 기간의 국정이 공백 상태에 빠지는 만큼, 탄핵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정권을 넘길 때까지 과도내각의 완충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또 안정된 정권이양 방안이 마련되면 '법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현행 헌법상 해석이 모호한 대목입니다. 대통령이 5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날 때 적용할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개헌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담화문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전날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의원들이 모여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의견, 지난 27일 전직 국회의장·원로급 인사들이 제시한 '질서 있는 퇴진'과 일맥상통합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퇴진의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첫 단추는 과도내각 총리 선출…개헌이 변수 = 여야가 과연 박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원만히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거국중립내각 구성→임기 단축→퇴진 후 조기대선'의 정치 일정을 제시한 것 자체는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줄인 의미가 있습니다.

여야가 박 대통령 제안을 받아들여 협상에 착수할 경우 첫 단추는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위한 국무총리 후보자 추천입니다. 추천권은 야당이 행사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김병준 총리 내정은 철회되고, 여야 합의로 추천된 총리 후보자를 박 대통령이 임명하면 곧바로 신임 총리 주도로 조각에 들어갑니다.

거국중립내각은 차기 대선까지 국정 공백을 메우는 소극적인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이 과정에서 개헌이 추진될 수도 있지만 박 대통령의 임기단축만 목표로 삼는다면 굳이 개헌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 교수는 "쉽게 말해 평안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안 하는 게 세상 이치"라며 "'법과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는 대통령의 언급이 개헌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헌법을 잘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공법학 교수도 "헌법에 대통령 임기가 5년이라고 돼 있지만, 임기를 채워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며 "중도 사직은 정치적인 결단만 있으면 되지 헌법을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기대선 시기는 유동적…대선주자들 유불리도 엇갈려 = 박 대통령 제안에 따르면 거국중립내각 구성과 함께 대통령의 퇴진 시기를 못 박는 것도 여야의 몫이다. 이는 조기 대선 시점과 직결됩니다.

대선을 언제 치르느냐에 따라 여야 대선주자들의 유·불리가 엇갈리는 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국외에 머물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 대선판에 뛰어든다면 대선 일정은 이해와 직결될 수 있습니다. 당초 내년 12월 예정됐던 대선이 내년 4월까지로 앞당겨진다면 국내 귀국후 일정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 총장은 28일 미국 뉴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임기후 계획에 대해 "내년 1월 1일 한국으로 돌아가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향을 위해서 뭐가 가능할지 친구들, 한국 사회의 지도자들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반 총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 끝이 납니다. 임기 만료후 곧장 서울행에 오르는 셈입니다.

광역단체장 후보들도 대선 시기의 변화에 따라 여러 변수를 감안해야 합니다.

조기 대선은 거국중립내각 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대신하는 가운데 치러집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이 숱한 논란거리를 국회에 던지면서 탄핵을 회피하고, 나아가 여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퇴진 시기를 늦춰 임기를 채우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여당 상황과 무관하게 예정대로 탄핵을 밀어붙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에서 28표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헌재가 일정기간 심리를 거쳐 인용한다면 이르면 내년 봄, 늦어도 내년 여름에는 조기 대선이 실시될 수 있습니다.

탄핵안이 가결돼 헌재 심리가 시작돼도 여야가 '안정된 정권 이양 방안'을 마련하면 박 대통령은 언제든지 그만둘 여지는 있습니다. 그러나 탄핵이 강행된 마당에 박 대통령 역시 물러나지 않고 헌재 심판을 기다리는 쪽을 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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