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수위 교육정책, 너무 서두른다"
입력 2008-01-25 09:55  | 수정 2008-01-25 09:55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내놓고 있는 새 교육 정책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길게 볼때는 인수위의 정책방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들이 우세합니다만, 너무 서둘러서 부작용을 낳게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많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이혁준 기자.



질문1> 인수위의 교육정책과 관련해 연일 새로운 처방들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먼저 정리를 해주시죠..

네, 인수위는 지난 22일 수능등급제 폐지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연일 새 교육정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주로 처방안들이 영어교육과 평가시험 쪽에 집중돼 있습니다.

우선 올해 중3이 되는 학생들이 수능을 보는 2013년부터는 수능에서 영어시험을 없애고 대신, 문제 은행식의 영어능력평가시험을 보도록 하는 방안이 발표됐고요.

어제(24일)는 2010년부터 전국 모든 고등학교에서 영어과목을 영어로 수업하고, 영어 이외의 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소위 '영어 몰입교육' 도입 방안이 나왔습니다.


질문2> 일단 인수위의 영어교육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너무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네 일단 너무 서두르다 보니, 검증이 덜된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게 사실입니다.

먼저 수능 영어시험 대신에 말하기와 쓰기가 추가된 영어능력평가시험을 치르기로 한데 대해, 교육계 안팎에서는 사교육시장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또 2년뒤부터는 영어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몰입교육 방침이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일선 학교의 준비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비현실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영어과목을 영어로 수업할 경우, 학생들의 영어실력 편차를 어떻게 조율하고 해결할지도 상당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질문3>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 다녀왔죠? 그곳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는 교육 정책이 바뀔 때마다 학부모도 학원도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입니다.

영어능력평가시험을 도입하기로 한데 대해 학원가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말하기 쓰기를 배우려면 공교육이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학원으로 학생들이 몰릴 것이란 얘기입니다.

하지만 학원들 조차도 이번 정책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내놓은 정책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문제는 당장 학원들에게도 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인데요, 바로 말하기 쓰기에서 능력을 검증받아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강사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수강생이 급격히 늘어날 게 뻔한데, 말하기와 쓰기를 제대로 가르칠 검증된 강사수는 극히 제한돼 있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어 사교육 시장 조차 대응 능력을 잃어, 결국 어학연수나 조기유학을 택하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크게 늘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 김기훈 / 대치동 ㅆ어학원 대표
-"조기유학이나 어학연수 방법을 알고 있는 학부모들은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거든요. 이게 대세라는 식으로 인식되면 교육은 붕괴되는게 아닐까..."

대학별 본고사를 막고 논술시험 부담을 줄이겠다는 인수위의 처방도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 보였는데요.

논술학원에서는 영향이 거의 없을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 대치동 논술학원 강사-"논술이라는 시험제도를 안 취할 뿐이지 교과공부나 학교평가에서 더 보강이 되고 있죠."

한마디로 학생들에겐 논술과 수능부담, 그리고 내신 부담은 고스란히 남겨진 채, 말하기와 쓰기가 추가된 또다른 영어시험 부담까지 더해진 셈입니다.

인터뷰 : 유병화 / 고려학력평가연구소 이사-"등급제의 폐단이 너무 커서 등급제가 없어지면서 다른 문제들이 묻히는데 내년 이맘때 다시 반론이 불거질 것으로 봅니다."

질문4> 결국 학생들 시험 부담만 더 늘어난 거군요.

네, 그렇다고 볼수 있습니다.

새로 바뀌는 대학 입시정책은 이미 초등학생들까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학원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다시 또 학원을 가야 하는 어린 학생들은 경쟁 위주의 입시정책에 지쳐가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인터뷰 : 예비중학생-"(제도가) 바뀌기 전에 공부하고, (제도가) 바뀌니까 그 수준 따라가려면 더 공부해야 되괴... 더 힘들어지고 스트레스 받아요."

인터뷰 : 예비중학생
-"자꾸 영어가 힘들게 느껴져요. 자꾸 뭘 외워라, 주입식으로 압박하니까."


앵커> 정말이지 사교육 시장은 이미 입시정책만 바꾼다고 해서는 치유할 수 없는 수준인데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말한 것처럼 무릎을 탁 칠만한 교육정책이 나오려면, 좀 더 현실을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본 연후에 그에 맞는 최적의 정책이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램 가져봅니다.

이혁준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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