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안전과 맞바꾼 비용절감…현대중공업, 2012년 이후 사고 급증
입력 2016-11-29 16:12  | 수정 2016-11-29 16:53

조선업 구조조정이 한창인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실적이 악화된 2012년 이후 조선소 내 사고 발생 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익성이 나빠지자 회사 측이 비용절감을 밀어붙이면서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29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사고성 재해는 87건 발생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 내에서 발생한 사고성 재해는 조선업황이 악화된 2012년 이후 크게 증가했다.
실제 지난 2010년과 2011년 각각 62건과 74건이던 안전사고는 2012년 들어 120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2013년에는 97건으로 다시 줄었지만 2014년 139건, 2015년 171건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3조2495억원과 1조540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영업흑자를 유지하던 2012~2013년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이하로 감소했다.
최근까지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현대미포조선 조선소에서는 폭발사고로 1명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고용노동부가 특별안전보건점검을 한 뒤 현대중공업에 8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지 불과 20여일만에 중대사고가 다시 발생한 것이다.

노조와 협력업체는 조선소 내 안전이 취약해진 원인을 현대중공업의 실적 악화와 그에 따른 구조조정에서 찾는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서 인정해주는 기성 진행률이 타이트해진 것은 지난 2013년부터”라며 비슷한 시기부터 현대중공업 노조도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면서 안전조치가 부실해졌다”고 말했다.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직원이 노조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들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8월 설비지원 부문을 분사해 만든 현대중공업MOS가 출범한 뒤 크레인 관련 사고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10월 13일까지 크레인 관련 사고가 13건 발생했다. 이중 2건은 작업자가 사망한 중대사고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현대중공업MOS가 출범하면서 소속 변경을 거부한 근로자 수백명이 현재 대기 상태”라며 회사 측은 부족한 인력을 외부에서 충당했지만 조선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경력자가 작업을 할 때보다 사고 발생 빈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인건비 절감에 따라 발생하지 않아도 될 비극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 10일 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이던 선박 엔진룸 안에서 숨진 채로 해치 사이에 끼어 있는 하청 근로자가 발견됐다. 노조 관계자는 사망 원인이 산업재해가 아닌 질병에 의한 것이라도 2인 1조로 작업을 진행했으면 살릴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작업에 따라 투입하는 인원 수를 줄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업이 불황에 빠진 뒤에도 사고 발생 건수가 크게 늘지 않았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지난 9월 국정감사 당시 인용한 고용노동부의 조선소별 사고발생 건수 자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는 지난 2011년 61건, 2012년 69건, 2013년 63건, 2014년 55건, 2015년 52건으로 2012년 이후 사고 발생 건수가 오히려 꾸준히 감소했다. 대우조선의 연도별 사고 발생 건수도 2011년 37건, 2012년 21건, 2013년 29건, 2014년 37건, 2015년 28건으로 구조조정에 따라 사고발생 빈도가 늘지 않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빅3 모두 구조조정을 하면서 숙련 근로자 대신 비숙련 하청 근로자 수를 늘려 사고의 위험이 높아진 것은 맞다”며 현대중공업은 노사가 대치하면서 비숙련 근로자 투입 비율이 경쟁사들보다 많아 사고가 늘어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추측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안전 강화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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