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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VS미씽, 조정석·공효진 한판 붙자!…‘스크린 맞장’이 재미난 이유
입력 2016-11-29 10:05  | 수정 2016-11-29 10:09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남보다 못한 가족인 듯 보여도 결국 피는 물보다 진했고, 가족보다 나은 동지인 줄 알았으나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오는 30일, 환상의 ‘짠내 커플로 시청자를 사로 잡았던 공효진‧조정석이 극과극의 영화로 적이 되어 만난다. 관객들은 누구에게 더 끌릴까.
먼저 공격에 나선 건 조정석이다. 29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4일 개봉한 ‘형은 어제 12만 4268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관객 116만 2101명을 기록했다. 개봉 첫 주 만에 가볍게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조롭게 주행 중.
영화는 유도 국가대표 유망주에서 하루아침에 시각 장애인이 된 동생(도경수), 이 같은 동생의 불행에 안타까워하기는커녕 자신의 가석방에 이용하는 뻔뻔한 형(조정석), 미우나 고우나 어쨌든 15년 만에 ‘컴백 홈한 형인데 얄짤없이 꺼져!”로 첫인사를 건네는, 그야말로 막장 형제의 짠내나는 이야기다.
조정석과 공효진이 낮엔 유쾌한 ‘형, 밤엔 스산한 ‘미씽을 봐달라”고 협공을 펼칠 정도로, ‘형은 ‘브로 코미디다운 재치와 유쾌함으로 쉴 새 없이 관객들의 웃음보를 터트린다.
부모님을 사고로 잃었지만 유도 국가대표 선수로 열심히 살고 있는 동생 고두영(도경수)은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진 채 상실감에 빠져 살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사기전과 10범의 형 고두식(조정석)은 동생을 핑계로 눈물의 가석방 사기극을 펼쳐 1년간 보호자 자격으로 컴백 홈 한다.
‘형은 이들의 불편한 관계를 코믹으로, 화해의 과정은 신파로 그려낸다. 이 중간 중간에는 예상 가능한 장치들이 곳곳에 퍼져있다. 진부한 전개는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지점이지만 동시에 누구나 쉽게 몰입이 가능한, 대중영화로서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남보다 못한 형제는 결국 뜨거운 가족애를 회복하고, 이들을 둘러싼 조력자들은 하나 같이 따뜻하고 정의롭다. 장애의 극복 등 감동 메시지와 지루 할 때쯤 다시 등장하는 코믹 등 ‘착한 영화를 완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있다.
‘납득이(건축학개론)를 거쳐 ‘이화신(질투의 화신)으로 이어지는 조정석표 코믹쇼는 관객의 높아진 기대치에도 불구 역시나 기발하고 맛깔스럽다. 대사의 대부분이 욕이지만, 불편하기보단 따뜻하고 구수하게 느껴진다. 조정석만의 묘한 귀여움과 독보적인 유쾌함, 인간적인 매력이 그대로 살아있다.
다만 24회에 걸쳐 완성된 ‘이화신의 다채로움을 뛰어넘진 못한다. ‘납득이에서 보여준 미워할 수 없는 악동과 ‘완성형의 이화신 사이의 어딘가 쯤에 머문 듯하다. 이는 진부한 스토리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한계와 연이어 소비된 조정석표 연기에 대한 익숙함 때문이다.
도경수는 진부한 스토리와 조정석의 막강한 하드케리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비극이라는 묵직한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곳곳에서 의외성을 십분 발휘한다. 조정석의 코미디에 전혀 밀리지 않는 강력한 펀치도 간간히 있다.
영화 ‘형은 이런 면에서 부족한 내실에 비해 다소 부풀려진 면이 없진 않지만,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브로맨스의 탄생임은 분명하다.
반면, 30일 개봉하는 후발 주자 ‘미씽: 사라진 여자(이언희 감독)의 경우는 오로지 ‘모성애 하나에만 깊이 있게 파고들며 섬세한 연출을 자랑하지만 대중 적인 면에서는 다소 제약이 따른다.
영화는 이혼 후 육아와 생계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워킹맘 지선(엄지원)과 미스터리한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의 이야기다. 납치된 딸을 찾는 지선과 그녀의 아이를 데려간, 비밀투성이의 한매의 추격전을 다룬 미스터리 감성 드라마.
작품 전체를 감싸는 건 단연 ‘모성이다. 여기에 ‘워킹맘, ‘영아 납치, ‘외국인 불법 체류자, ‘가정 폭력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편한 현실과 영화적 재미를 위한 ‘미스터리를 가미했다.
‘미씽은 아이로 인해 수시로 정체성을 ‘미씽하는 ‘엄마가 된 ‘여성에 집중한다. 내 아이를 위해서는 뭐든 내어줄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엄마. 어떤 상황에 놓이냐에 따라 무서운 괴물이 되기도, 한 없이 성스러운 존재가 되기도 하는, 정의할 수 없는 모성의 이면을 깊이 파고 든다.
관객들은 이로 인해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납치 뒤에 숨겨진 끔직한 진실을 마주할수록 혼란스러워진다. 모든 실체가 드러났지만 시원함은 없고 불편하고 먹먹하다. 짠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납치범인 한매와, 그녀로부터 지옥을 경험한 지선이 한 사람으로 보이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섬세한 감정선은 엄지원과 공효진의 연기를 통해 완성된다. 엄지원은 이야기 전체를 밀도 있게 끌어가고, 공효진은 그 사이 사이를 거칠게 휘두르며 폭발시킨다.
특히 공효진은 트레이드마크인 ‘공블리를 완전히 내려놓았다. 전작 ‘질투의 화신을 비롯한 흥행 로코물에서 보여준 사랑스러움은 없다. 섬뜩하지만 동정심을 유발하고, 괴물이 돼버렸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처절한 인물의 변모 과정을 밀도 있게 담아낸다. 다만 서툰 한국어 연기는 좀 아쉽다.
영화는 ‘왜?라는 물음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그 대답이 무의미해지는 뭉클한 결말을 공감 있게 완성했다. 관객들은 비극이나 불의, 사건사고를 보면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는 보편타당한 감정에서부터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게 느낄, 그리고 엄마이기에 공감 가능한 특수한 감정까지 다양한 범위를 넘나들며 빠져들게 된다.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영화다. 하지만 남성 관객은 이 복잡미묘한 감정선을 깊이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우려는 된다. 사건과 서사만으로는 이 영화의 진가를 알아보기엔 역부족일 듯 싶다.
공효진‧조정석의 말처럼 두 영화는 완전히 다른 색깔로 관객들을 찾는다.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상반돼 모두 관람한다면 서로 상호 보완 되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관객의 입장에서 두 작품의 대결이 반가운 이유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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