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용산, 中화창베이 같은 혁신허브로 만들래요”
입력 2016-11-28 15:35  | 수정 2016-11-28 17:31
허제 N15 공동대표(왼쪽)와 류선종 N15공동대표. [사진제공 = N15]

‘IT기기의 성지라는 과거의 영광은 뒤로 한 채 다소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용산전자상가.
이제는 다소 허름해 보이기까지 하는 전자상가지만 그 안에서는 여전히 젊은 창업가들과 창의적인 메이커들이 혁신을 위한 꿈을 꾸고 있었다.
나진전자월드상가 14동 지하1층에 들어서면 수십대의 3D프린터들이 눈에 들어온다. 프린터 한편에는 3D프린터로 제작된 각양각색의 시제품이 놓여있다. 또한 다양한 창업 교육을 위한 콘퍼런스룸 또한 구비되어 있다. 맞은편 건물(15동) 지하에는 ‘디지털 대장간이 위치해있다. 누구나 상상한 제품들을 실제로 만들어볼 수 있는 곳이다.
각종 용접기, 레이저 커팅기등 다양한 전문 장비들이 있어 냉장고에서부터 전기자동차까지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

창업자들의 꿈을 이뤄낼 수 있는 이 공간들은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인 N15이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N15는 제조 기반 창업을 꿈꾸는 스타트업을 보육·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다. 허제 N15 공동대표(33)는 한때 IT 성지였던 용산을 새로운 제조업 혁신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
허대표는 28일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창업은 컴퓨터만 있으면 되지만 하드웨어의 경우 가공, 제작 등 시제품을 만드는 데에만 1~2년이 걸리는 등 초기 정착이 어렵다”며N15은 이들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을 조기에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류선종 N15 공동대표(36)는 N15의 목표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을 잇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구축 ”이라고 밝혔다 .
지난 2015년 2월 N15을 창업한 허제·류선종 대표는 그야말로 맨손에서 시작했다. 용산을 하드웨어 창업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발로 뛰어다녔다. 금수저들도 아니었다. 각각 1000만원의 창업 자금을 가지고 젊음이라는 무기 하나로 회사를 일궈나가기 시작했다.
허대표는 사업 계획서 한장을 들고 무작정 사람들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며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고 무시를 당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가 꿈꾸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달려오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들은 다소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지만 시쳇말로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다 보니 성과가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진상가를 소유하고 있던 나진산업은 용산전자상가를 혁신하고, 청년들을 위한 창업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해 N15을 적극 지원했다.
한국 최대 메이커 스페이스인 ‘디지털 대장간은 서울시와 공동으로 구축할 수 있었다.
창업이래 약 2년간 확보한 약 80개 글로벌 회사들과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류대표는 하드웨어 기반 창업자들에게는 무엇보다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해외 파트너들을 무작정 찾아가 네트워크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N15 창업자들은 모두 국내파다. 해외 생활에 익숙치 않았지만 인터넷에서 글로벌 기업을 검색한 후 무턱대고 해당 기업을 방문해 파트너 계약을 이뤄내기도 했다. 중국 상해에서 활동하는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인 이노스페이스와의 파트너쉽도 이처럼 맨땅에서 이뤄냈다. 사전 약속도 없이 상해를 방문했다. 허대표는 저희가 이노스페이스를 방문했을 때 마침 CEO인 리차드 탄이 자리에 있었다”며 사전 약속은 없었지만 한국에서 하드웨어 창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설명하니 CEO가 흔쾌히 협력 관계를 맺어보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류대표는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무대포 식으로 접근 했나 싶다”며 하지만 그런 정신이 없었으면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선전의 화창베이, 도쿄의 아키하바라, 서울의 용산. 한때 한·중·일 3국을 대표하던 전자상가들이다. 온라인 마켓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판매상들이 위기를 맞으면서 전자 상가들의 위기를 맞는다.
위기는 곧 기회였다. 용산의 30배 규모에 달한다는 세계 최대 전자 상가인 화창베이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중국의 혁신을 선도하는 전초기지로 탈바꿈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부품을 얻을 수 있다는 강점을 활용해 중국 기술 기반 창업의 요람으로 자리잡았다. 도쿄의 아키하바라 역시 일본 만화, 애니매이션등 콘텐츠 산업단지로 변모하면서 위기를 극복해냈다.
하지만 한때 두 전자상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용산 전자상가는 여전히 마땅한 활로를 못 찾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N15는 용산의 부활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 화창베이가 성공 모델을 용산에 그대로 심어보겠다는 계획이다. N15이 진행하는 글로벌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이름도 용산의 부활을 의미하는 ‘드래곤 레볼루션으로 지은 것도 이때문이다. 또한, N15은 ‘넥스트 차이나로 불리우는 베트남 시장도 눈 여겨 보고 있다. N15 베트남 지사 설립을 통해, 낮은 인건비와 글로벌 기업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베트남 시장에 진입하여 대한민국 청년들이 만들어낸 헥셀러레이터이자, 팍스콘으로 성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N15은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과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을 잇는 ‘브릿지역할을 하고자 한다. 허대표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친 대기업들도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며사내벤처를 통한 혁신 그리고 외부 스타트업과의 제휴를 통한 기술개발이 필요한데 이를 연계하는 역할을 N15이 하려 한다”고 밝혔다.
실제 N15은 LG그룹 등 대기업의 사내벤처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도 했었고 다양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제휴를 추진하기도 했다.
대학교 때 화학공학을 전공했던 허대표는 졸업 후에는 삼일회계법인 컨설팅본부에서 미국회계사로서 근무했고. 서강대와 KAIST에서 경영학과 MBA를 전공한 류대표도 졸업 후 우리은행, LG에 다녔다. 안정적인 직장을 다녔던 이들이 회사를 뛰쳐나온 것은 기업가정신 때문이었다. 류대표는 미래 사회에 창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했다.”며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결심을 실현하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창업의 세계로 뛰어들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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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훈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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