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여의도 텔레토비, 정치 풍자도 숨죽여야 했나
입력 2016-11-25 10:19  | 수정 2016-11-25 16:28
‘여의도 텔레토비’로 정치를 풍자했던 tvN ‘SNL 코리아’가 정치권의 외압을 받았다는 외혹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CJ E&M]

청와대가 TV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의 정치 성향을 조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유로운 표현이 보장돼야 하는 문화계에도 정치권의 직접적인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방영된 tvN ‘SNL코리아 코너 ‘여의도 텔레텔레토비에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풍자한 캐릭터가 자주 욕을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여의도 텔레토비가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으나 새누리당의 항의는 계속됐다.
‘여의도 텔레토비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박 대통령을 비롯해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 후보들을 어린이 인형극 ‘텔레토비에 빗대 풍자한 코너였다. 프로그램은 이들 외에도 방송 전 한 주 동안 화제가 됐던 정치인들을 패러디했다.

JTBC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이후 청와대가 나서 이 코너 제작진의 성향을 조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청와대의 성향 파악 뒤에는 tvN을 운영하는 CJ E&M 측이 원고를 사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작업은 제작진들에게 ‘검열로 불렸고, 실제 회사 법무팀은 원고를 미리 받아 빨간색으로 특정 대사를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해졌다. 논란 끝에 ‘여의도 텔레토비는 박근혜 정부 출범 5개월 만에 폐지됐다.
이에 대해 CJ E&M 측은 욕설 등에 대해 자체심의한 것이고 청와대의 제작진 조사는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SNL코리아 제작진은 최근에도 외압 때문에 제작진을 교체했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국정농단을 빚은 최순실 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된 후 ‘SNL코리아는 최 씨의 외모와 상황을 풍자한 내용을 내보냈다.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보는 ‘SNL코리아의 정치 풍자를 반겼다.
그러나 방송 후 ‘SNL코리아 연출을 맡은 민진기 PD가 자리를 옮겼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최 씨 관련 방송을 보고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고, 이 영향으로 민 PD가 교체됐다는 소문이 터져나왔다.
tvN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민 PD가 새 프로그램을 맡아 현재 기획 중이다. 내달 3일까지 연출을 맡는다. 지난 10월께부터 정해져 있었던 인사였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PD가 프로그램 중간에 교체되는 게 통상적인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앞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그동안의 정황들 때문이다.
CJ그룹 총수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 부회장은 2014년 갑작스레 경영권을 놓고 미국을 떠났다. 당시 건강상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 전 수석의 녹취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2013년 말께 손경식 CJ그룹 회장에서 전화를 걸어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조 전 수석은 VIP(대통령)의 뜻이냐”는 손 회장 측의 질문에는 그렇다.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제작진의 성향을 조사했다는 ‘여의도 텔레토비와 CJ 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때문에 청와대에 밉보였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검찰의 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성 부장판사는 통화 녹음파일을 포함한 객관적 증거자료 및 본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관한 피의자 주장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한인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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