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탄핵과 개헌 깃발 서니 정개개편도 닻 올랐다
입력 2016-11-24 17:08 

대통령 탄핵과 개헌을 매개로 내년 대선을 향한 정계개편의 닻이 올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수로 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에 맞서 반(反)문재인 스크럼을 짜는 중도·보수 통합후보간의 건곤일척 대결이 정계개편의 핵심이 다.
현실정치에서 압도적인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문 전 대표(제1지대)의 대항마를 만들기 위해 새누리당 잔류파(제2지대)와 국민의당(제3지대), 새누리당 탈당 비박계(제4지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세력(제5지대) 모두가 ‘연대를 외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과 나머지 지대를 가를 수 있는 유일한 잣대가 ‘개헌 찬반이라는 점에서 지금은 수면 아래 있는 개헌 카드가 대통령 탄핵 국면 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키를 쥔 정치인은 김무성, 박지원, 그리고 김종인 등이다. 김종인 의원의 경우 사실상 1.5지대에 위치하면서 개헌을 매개로 큰 판을 그려갈 것으로 보인다.

정개개편의 신호탄을 쏜 건 새누리당 비박계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출구를 열었고,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대표가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보수 대연정의 깃발을 들었다.
김 전 대표는 2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친문 패권주의, 친박 패권주의를 제외한 어느 세력과도 손잡을 수 있고,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와의 연대를 묻는 질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패권주의자들을 제외한 민주적 사고를 가진 건전 세력들이 모여서 거기서 1등하는 사람을 뽑아서 같이 밀어야 한다”고 답했다. 반 총장도 대상이냐는 질문에 아주 훌륭한 분이고, 자기 정체성에 맞는 정치세력에 들어와서 당당하게 경선에 임하고 국민 선택을 받는 과정을 거치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이날 김 전 대표가 항상 개헌을 부르짖고 있기 때문에 만약 개헌이 성사된다고 한다면 또 그에 상응한 어떤 일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추켜세웠다. 김 전 대표가 개헌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국민의당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 탄핵 의결을 마무리 지은 후 일부 비박계와 함께 당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유승민 의원이 김 전 대표와 뜻을 함께 하면서 탈당에 동조할지가 관심사다. 유 의원은 이날 대선에 대해 생각할 정신적 여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서 청산 대상과 야합하지 않겠다. 대통령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며 홍위병, 내시 노릇을 한 사람을 몰아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탈당 쪽으로 한발 더 다가간 느낌이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비박계의 집단 탈당을 내심 기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어차피 같이 갈 수 없다면 당내 분란을 없애고, 단일대오로 혁신을 하겠다는 것이다.
분당이 되더라도 탈당파가 최대 30여명 선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당 혁신이 이뤄진다면 보수세력의 정통성은 잔류파가 쥐게 된다는 판단이다.
범친박계인 정우택 의원은 탄핵국면에서 분당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분당 후 남은 새누리당은 진박을 제외한 중도 인사 위주로 당을 개혁하고 보수진영을 대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 시장도 통화에서 새누리당 혁신을 해보지도 않고 당을 떠나는게 맞다고 보지 않는다”며 당을 리빌딩하는 것이 우선이고 상황에 따라 국민의당과 당대당 통합을 하는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정치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내년 대선국면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반 총장은 제5지대를 형성한다. 그는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지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내년 1월 중순 국내 복귀 후 인기몰이에 성공한다면, 확실한 ‘문재인 대항마로 중도보수를 결집할 수 있어서다.
반 총장 측근은 통화에서 반 총장이 내년 1월 귀국 후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드릴 수 있을지 심사숙고 하고 있고, 개헌도 이런 고민 중 하나다”라며 반 총장은 ‘건전한 보수로서 치우치지 않은 진보도 껴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이 내년 귀국후 새누리당에 바로 들어가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새누리당 잔류파와 제3지대의 합당이 있다면 이 판에 반 총장이 합류할 수도 있다. 같은 생각을 새누리당 비박계 탈당파도 품고 있다. 반 총장을 데려오는 쪽은 경선이나 단일화 과정에서 흥행을 담보할 수 있고, 본인이 최종컷에서 질 경우 개헌 등으로 ‘반기문 외치, 본인 내치의 구도도 노려볼 수 있다는 복안이다.
[신헌철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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