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1월 21일 뉴스초점-대통령과 재단
입력 2016-11-21 20:36  | 수정 2016-11-21 20:45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내용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최순실 씨가 좌지우지했고, 박근혜 대통령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이 공모해 53개 대기업으로부터 774억 원을 강제 모금했다는 거죠.

청와대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임기 중에 기업들에게 돈을 거둬 재단을 만들었고, 더구나 박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단 1원도 받은 게 없는 데 무슨 근거로 피의자라는 거냐…' 이겁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사실 우리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대통령들은 공익적 목적을 내세우며 항상 재단 설립의 유혹에 빠졌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두환 정권의 '일해 재단'이 있죠. 아웅산 테러 순직자들의 유자녀를 위한 장학재단을 만든다며 재벌들한테 5백억 원 이상의 자금을 받은건데,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사금고로 활용하려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5공 비리의 축소판으로 기억되고 있죠. 일해 재단은 결국 대부분이 국가에 귀속됐습니다.

김대중 정부 땐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이 있었습니다. 한반도의 통일과 아시아의 민주화 활동을 위해 만든 재단으로, 기업으로부터 3백억 원을 걷었지만 각종 게이트에 연루돼 결국 대학에 기증을 해야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선 서민들에게 대출 지원을 해준다며 재벌들로부터 3천억 원을 받아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하고, 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87개 기업으로 부터 7천억 원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은 구조가 더 독특합니다.

미르 재단은 임원진이 전체 486억 원의 80%인 386억 원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나머지도 명목상으로만 기본 재산일 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일시적 제약이 있는 순자산'으로 구분돼 있거든요.

그런데 재단 임원진을 최순실씨가 다 임명했다죠?

한마디로 정부 부처의 눈만 가리면 최순실 씨가 기금을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두 재단의 기금이 아직 96% 이상 남아있다'는 유영하 변호사의 주장은 공허하게 들리는 거지요.

저 멀리 미국에서 만들어진 클린턴 재단도 논란이 됐죠.

1억 4천만 달러의 기부금 중 자선금으로 단 9백만 달러만 지출됐고, 나머지는 직원과 클린턴 일가가 마음대로 사용하도록 하면서 이번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가 낙선한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통령이 주도해서 만든 재단은 이런 저런 이유로 오해를 받을 여지가 많았고, 그 오해들은 대부분 사실로 증명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는 제발 국가를 위해 열심히 봉사만 하시고, 재임 이후까지 걱정해 재단을 만드는 일은 '이제 그만 했으면, 포기했으면…' 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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