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보험사기 백태…살짝 긁혀놓고 車 전체 `공짜 도색`

A씨는 지난해 8월 강원도 화천군 인근 골목길을 차로 지나가다가 벽에 긁혀 차량 일부에 조그만 흠집이 나자 정비업체에 차량을 맡겼다. 정비업체에서는 보험으로 처리할 때 발생하는 자기부담금을 대신 내줄 테니 아예 차량 전체를 새로 칠하자고 권유했다. 결국 A씨는 정비업체 사주를 받아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가해자 불명사고'로 차 전체에 흠집이 났다고 보험사에 사고접수를 했다. 이를 통해 A씨는 공짜로 도색 서비스를 받았고 정비업체는 차량 전체를 도색하는 데 들어간 수리비 148만원을 청구해 보험사에서 받아 챙겼다. 이 정비업체는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A씨를 비롯해 총 18명의 차주에게 이처럼 차량 전체 도색을 권한 뒤 수리비 명목으로 4400만원을 편취했다.
또 B법인은 "지난해 9월 경기도의 한 주차장에 회사차 스타렉스 승합차 4대를 주차해놨는데 누군가가 차량 표면을 긁어 놓았다"며 가해자 불명사고에 따른 도색 비용으로 437만원을 청구하는 등 총 16대 차량의 도색 비용으로 보험금 2100만원을 타내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차량 흠집·긁힘 등 간단한 사고나 자연적인 마모 등을 마치 큰 차량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보험사에 신고해 차량 전체를 도색하는 등 부당 이익을 거둔 차주 881명과 정비업체 3곳을 적발해 보험사기죄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고 21일 밝혔다.
금감원이 적발한 사기 건수는 1860건, 보험금 지급 규모는 18억6000만원에 달했다. 혐의자 한 사람당 평균 211만원꼴이다.
김동하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팀장은 "차량 전체를 공짜로 도색해준다거나 수리해준다는 등 보험약관에서 보장하지 않는 제안을 받는 경우 보험사기로 의심되니 금감원 보험범죄신고센터(1332)에 적극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