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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수리비 줄여 보험료 깎아준다더니…말만 앞선 대체부품 인증제
입력 2016-11-21 17:51  | 수정 2016-11-22 17:14
순정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대체부품을 사용하도록 허용해 차량 수리비용을 줄이고 이를 통해 가입자가 내는 자동차보험료를 낮춰주겠다던 정부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범퍼 등 수리가 잦은 자동차 부품을 교체할 때 자동차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순정품과 품질은 비슷하면서도 값은 절반 수준인 대체부품을 사용하는 자동차 대체부품 인증제를 도입한 바 있다. 새누리당 김현아 의원실이 보험개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체부품 시장이 활성화되면 지난해 보험금 지급 사례를 기준으로 최고 6009억원에 달하는 부품비 절약이 가능하다. 차량 사고 1건당 부품비를 따져봤을 때 순정품을 쓰면 평균 59만6200원이지만 대체부품을 활용하면 13만6600원 감소한 45만9600원으로 떨어진다. 이처럼 대체부품을 활용해 사고에 따른 자동차 수리비와 보험금으로 나가는 돈이 줄어들면 현재 80% 초반인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4~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보험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손해율이 개선되면 그만큼 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가 내려가는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됐다.
여기에 보험사들이 대체부품으로 차량을 수리하면 순정품과의 차액 일부를 돌려주는 맞춤형 보험상품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가입자들이 느끼는 체감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유통되는 대체부품 자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대체부품 인증제를 도입한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자동차부품협회에 따르면 대체부품 인증제를 통과해 현재 수리점에서 살 수 있는 대체부품은 BMW5와 벤츠CLA의 좌·우 펜더(자동차 바퀴 덮개)로 총 4개에 불과하다. 이 중 국내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국산차 부품은 전무하다. 대체부품 시장이 유명무실해지면서 당초 기대했던 수리비 감소→차보험 손해율 개선→보험료 인하 효과 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상되는 효과가 분명한데도 대체부품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국내차 부품 대부분에 '디자인권'이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는 특정차 모델 개별 부품 하나하나에 대해 다른 업체가 모방하지 못하도록 특허청에 디자인권을 등록해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외국처럼 교환이나 수리용 대체부품에 대해서는 디자인권을 배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이 이런 주장을 담아 개정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지만 특허청 반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대체부품 인증제가 또 다른 정부기관인 특허청 반대로 여의치 않은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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