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도마뱀 ELS` 매력에 홀렸다
입력 2016-11-21 17:46 
# 여윳돈 3000만원을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주로 굴리는 30대 직장인 이 모씨는 한 달 전 증권사가 추천한 '도마뱀(리자드·Lizard) ELS'에 가입했다. 연초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급락하면서 보유 중인 ELS가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해 불안감이 커진 데다, 연말 미국 대선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앞으로 주식시장이 더욱 출렁일까봐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씨는 "도마뱀 ELS는 가입 1년 안에만 주가가 40% 이상 급락하지 않으면 3% 정도 수익을 얻고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손실위험을 확 낮춘 이른바 '도마뱀 ELS'가 인기를 끌고 있다. 도마뱀이란 이름은 '위험에 처했을 때 꼬리를 자르고 도망간다'는 의미에서 붙었다. ELS는 만기 3년 동안 주식시장 폭락에 따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도마뱀 ELS는 가입 1년 만에 조기상환이 가능해 기존 일반형 ELS보다 손실확률이 절반 이상 낮다. 투자자 처지에서는 단기간에 수익을 챙기고 언제 올지 모를 위험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21일 매일경제신문이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도마뱀 ELS를 많이 판매한 주요 증권사 4곳의 누적 발행액을 집계한 결과 지난 18일까지 총 1조3730억원이 팔렸다. 도마뱀 ELS는 올해 4월 미래에셋증권이 처음 발행했다. 7개월 만에 1조원 넘게 팔리면서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도마뱀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11월 들어 3주 만에 벌써 1000억원 가까이 판매했다.
일반적 형태의 스텝다운형(가입 기간이 지날수록 수익상환 조건이 낮아지는 구조) ELS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가 만기 3년 동안 가입 시점보다 보통 80%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미리 약속한 연 5~6% 수준의 수익률을 지급한다. 도마뱀 ELS는 기존 수익조건에 가입 1년 후 지수가 가입 시점 대비 60%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2.5~3%의 수익으로 조기상환해준다는 조건이 추가로 붙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1년 만에 약속된 수익의 절반이라도 비교적 안전하게 챙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도마뱀 ELS에 투자하면 손실위험을 과연 얼마나 낮출 수 있을까.
본지가 ELS 분석 전문업체 'ELS리서치'에 의뢰해 도마뱀 조건이 추가됐을 경우 ELS 손실위험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그 결과 도마뱀 ELS의 손실확률이 일반형 ELS 대비 40%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뮬레이션은 홍콩 HSCEI 데이터가 있는 2003년 7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13년4개월 동안 코스피200, S&P500, 닛케이225, 유로스톡스50, HSCEI, 항셍지수(HSI) 등 6개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각각 발행된 ELS에 가입했다고 가정했다. 만기 3년 동안 6개월마다 상환조건이 낮아지는 스텝다운형(95-95-90-90-85-80%) ELS와 같은 구조에 '기간 1년, 원금손실(Knock-In) 기준 60%'인 조건을 추가한 ELS를 비교했다. 일반형 ELS 손실확률은 7.3%인 반면, 도마뱀 ELS는 2.8%였다. 도마뱀 ELS 손실확률이 일반형의 40% 수준으로 위험을 줄인 셈이다.
김현준 ELS리서치 객원연구원은 "도마뱀 ELS는 중저위험·중저수익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에게 매우 적합한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도마뱀 ELS라고 하더라도 만기 3년 동안 수익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손실 발생 위험은 여전하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최영식 신한금융투자 장외파생상품(OTC) 담당 부장은 "도마뱀 ELS는 조기상환 옵션을 하나 더 가진 대신 만기 고정 이자수익은 일반 ELS에 비해 조금 낮아질 수 있다"면서 "만기까지 수익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손실 발생 리스크는 피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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