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두산 `절반의 성공`… 내년 1조7천억 더 필요
입력 2016-11-21 17:39  | 수정 2016-11-22 14:58
절반의 성공을 거둔 두산밥캣 상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우여곡절 끝에 상장에 성공했지만 당초 계획보다 공모가를 낮춰 잡는 바람에 두산그룹 앞에 놓인 '만기 사채 파고'는 여전히 높다.
21일 금융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상장으로 8700억원가량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당초 보유하고 있던 지분 66.56% 중 상장을 통해 매각한 7.23%로 확보한 현금 3300억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하는 사채 상환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5400억원은 투자금의 6.9%를 매년 배당해야 했던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매각하면서 얻게 된 효과다.
1차 공모 당시 두산밥캣의 공모 희망가는 4만1000~5만원, 공모 물량은 4800만여 주로 약 2조원에 가까운 자금 조달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당시 흥행에 실패하면서 공모가 3만원에 공모 물량 3000만여 주로 낮춰 잡았고, 결과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하는 두산그룹 회사채를 갚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규모가 됐다. 개별 기준으로 (주)두산의 순차입금은 9000억원, 두산중공업 3조5000억원, 두산인프라코어 2조3000억원, 두산건설 9000억원, 두산엔진 2900억원 등으로 두산그룹의 총순차입금은 10조원에 달한다.
재무구조가 가장 취약한 두산인프라코어는 내년 7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가 1조1550억원이다. 다행히 이 중 올해 11월 만기인 해외사채 3900억원은 최근 연장 협의를 완료하면서 7650억원으로 부담을 줄였지만, 확보한 현금 3300억원으로는 부족한 금액이다. 이에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내년 상반기 한두 차례 정도 추가로 만기 연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두산인프라코어는 내년 하반기까지 상환해야 할 차입금이 1조원 이상"이라며 "다만 두산인프라코어 입장에선 주식 보호예수기간이 풀리는 1년 후 지분 매각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올해 수주가 늘어난 두산건설도 현금흐름이 안정화됐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대응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적으로 내년까지 1조7000억원가량은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산그룹의 원래 계획대로라면 두산밥캣 지분을 그룹 내에 50%가량 남겨두는 것이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을 통해 확보한 두산밥캣 지분은 69.88% 정도다. 1년 후인 내년 11월 19.88%를 매각한다고 하면 현재 주가를 감안할 때 약 7000억원은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두산그룹 차원에서 필요한 나머지 1조원 정도는 만기 연장 등 제3의 조치를 통해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두산밥캣 상장이 두산그룹의 재도약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주)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상에서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구조가 두산밥캣 상장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기 때문이다.
한편 두산 관계자는 "내년 만기 도래 예정인 1조7000억원 가운데 만기 연장이 가능한 영구채(5000억원)와 사모채(4000억원)를 제외한 공모채 8000억원 상환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두산밥캣 지분을 활용한 대출과 배당금, 영업이익을 통해 내년에 8000억원을 무리 없이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상환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진호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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