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야권, 탄핵 칼 빼들었지만 `발의 시점 온도차` 주목
입력 2016-11-21 17:17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하면서 야3당의 정국수습책이 모두 탄핵으로 모아졌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탄핵 즉각추진을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다소 미온적이어서 실제 탄핵소추안 발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민주당은 2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탄핵을 추진하고 탄핵추진을 위한 실무기구를 둔다는 내용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의총에서 탄핵은 최장 6개월이란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엄청난 국력 소모가 예상된다”며 국회 탄핵의결은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양심에 달려 있다. 말로는 ‘탄핵 쇼 한다고 하고 진심은 보이지 않고 행동으로 책임지지 않는다면 국민이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탄핵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이날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이제 탄핵 요건은 갖췄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는 탄핵 발의를 늦출 이유가 없다. 국민의당부터 탄핵소추 절차를 시작하도록 요청한다. 200명이 서명하도록 저부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이날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 출국금지·청와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검찰에 촉구 △거국중립내각의 총리 임명을 위해 야3당 공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등을 세 가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정의당도 이날 탄핵법률검토위원회를 통해 탄핵 법적 요건을 논의했다. 앞서 지난 14일 정의당은 박 대통령의 탄핵을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하지만 탄핵 발의시점은 야3당이 제각각이다. 민주당의 경우 당론으로 탄핵 추진을 결정했지만 탄핵 시기 등 방법론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키로 했다. 즉각적 탄핵추진보다는 충분한 준비 후에 발의했다는 것이다. 추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에서 탄핵 추진은 최대한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첫째, 새누리당의 비박(비박근혜)이 민심을 제대로 판단해야 하고, 둘째는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의사와 법적 상식을 거스르는 판단을 하지 않아야 하며, 탄핵이 최장 6개월이나 걸릴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도 발의를 해놓고서 그냥 기다릴 수 없다. 발의하는 순간 시간 제한이 있기 때문”이라며 통과가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처럼 철저한 준비를 강조하는 이유는 결국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쥔 현실 때문이다. 탄핵 통과를 위해선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야3당 및 야당성향 무소속의원을 합쳐 171명이라 최소 새누리당 의원 29명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이에따라 야3당 대표의 회동 시점도 늦어지고 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심상정 대표는 22일 야3당 대표가 만나야한다”며 탄핵 논의를 본격화할 것을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일정상의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3당 대표회담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일정상 불가하다고 한다. 쿼바디스(어디로 가오리까)!”라며 야3당 회동을 촉구했다.
다만 새누리당에서도 비주류를 중심으로 탄핵 동조 기류가 확산되고 있어 국회의 탄핵안 추진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전날 비박계 32명이 공개적으로 탄핵절차 착수에 동의한 데 이어 이날 문화일보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 65명 가운데 31명이 탄핵 발의시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65명 중 명시적 탄핵 반대는 8명에 그쳤으나 무려 26명이 ‘유보 의사를 보인 점이 주목된다. 이들은 일단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 등을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는데, 상황에 따라 찬성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다만 이날 새누리당 재선의원 모임에선 탄핵 반대 의견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전해진 점은 변수다. 당내 기류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내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탄핵 카드와 함께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박 대통령 징계요구안도 제출했다. 윤리위가 내릴 수 있는 징계 수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순이다. 만약 탈당 권유 이상의 조치를 받으면 박 대통령의 당적이탈이 현실화될 수 있지만 윤리위 판단에는 정치적 고려 등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황영철 의원은 국회의원 29명, 당협위원장 7명 등 총 36명의 이름으로 박 대통령 징계요구서를 윤리위원회에 전달했다”면서 친박 지도부가 비상시국회의를 패륜이라고 하는데 국민의 시각에서 본다면 누가 패륜인지 알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서거 1주기를 앞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나라는 선진국 문턱까지 와 있고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지만, 헌법적인 절차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탄핵 소추 요구에 대해서는 그것도 헌법적 절차의 하나”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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