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권국가’ 미국서 때아닌 물고문 논란
입력 2016-11-21 16:35 

스스로를 ‘인권국가라고 자처하는 미국이 때아닌 ‘물고문 논란으로 시끄럽다.
대선 기간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waterboarding)을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했던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안보라인 핵심보직에 워터보딩 옹호론자들을 내정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 워터보딩은 피의자의 몸을 판에 고정시킨 채 머리에 구멍이 뚫린 봉지를 씌운 상태에서 입과 콧구멍에 물을 쏟아 붓는 것을 말한다.
공화당 소속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19일(현지시간) 트럼프 측을 항해 워터보딩의 부활은 안 된다며 강력한 경고를 던졌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날 매케인 의원은 핼리팩스 국제안보포럼 강연에서 나는 미국 대통령이 하는 것에 대해 토를 달 생각은 없다. 하지만 물고문은 안 된다”며 우리는 사람들을 고문해서는 안 된다. 고문은 효과적이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고문은 제네바협약에 따라 불법이며 지난해 의회도 이를 금지했다”면서 누구든 고문을 부활시키려고 하는 자는 그 즉시 법정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중진 의원의 입에서, 그것도 상원 군사위원장의 입에서 이런 경고가 나온 것은 그만큼 물고문 부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여러 차례 물고문 부활을 약속했다. 지난 2월 공화당 경선 토론에서는 물고문보다 훨씬 더한 것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6월 대선 캠페인에서 미국은 이슬람국가(IS)와 더 잔혹하게, 더 맹렬하게 싸워야만 한다”며 청중들에게 물고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뒤 나는 그것을 아주 좋아한다. 그것이 아주 거친 방법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1월 오하이오주 집회에서도 물고문보다 더 한 것도 허용할 것”이라며 물고문은 효과가 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효과가 있다. 바보들이나 아니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가 CIA 국장으로 내정한 마이크 폼페오 하원의원은 워터보딩을 포함한 조지 부시 정권 시대의 심문프로그램을 강력히 옹호하는 인사다. 법무장관에 내정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 역시 워터보딩 금지를 비판해 왔다.
워터보딩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9·11 테러용의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용했던 심문기법이다. 부시 대통령 집권 시절인 2000년대 중반까지 쓰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 직후 물고문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잇따라 발동한 바 있다.
부시 정권 당시 안보 관련 업무를 맡았던 인사들 중 상당수는 트럼프 정권에서 물고문이 부활한다면 많은 군인과 CIA 요원들이 명령에 불복종하거나 옷을 벗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케인을 비롯해 공화당 내에서도 물고문 부활에 반대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켄터키)은 매케인 주장에 동의한다”며 우리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타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에서 국가안보팀을 이끌었던 마이크 로저스 역시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물고문 관련 언급은 그냥 선거 과정에서 한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워터보딩을 배제할지에 대해 분명히 답하지 않고 있다. 펜스 당선자는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 물고문 부활에 대한 매케인 의원의 반발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고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오하이오의 유명한 연설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전진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당선자는 미국에 위협이 되는 과격한 이슬람 테러리즘에 맞서고, 무찌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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