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검찰 조사 거부'한 朴대통령…'장기전' 준비하나
입력 2016-11-21 08:28  | 수정 2016-11-21 13:45
검찰 조사 거부 / 사진=MBN
'검찰 조사 거부'한 朴대통령…'장기전' 준비하나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 불응을 선언하며 강력히 반발한 것은 법률적 방어뿐 아니라정치적 효과까지 노린 다목적 카드로 풀이됩니다.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54·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는 20일 오후 검찰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대통령을 공범으로 기재한 부분을 어느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변호인의 반격…"공범 아니다" 선 긋는 방어 논리

24페이지 분량의 입장문에서 유 변호사는 검찰이 최씨 및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직권남용, 강요 등의 혐의 등을 밝히며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한 점을 적극적으로 부인했습니다.

유 변호사는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민간 주도로 문화·체육 관련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한류 확산 등의 사업을 할 때 정부 차원 지원 방안을 모색하라'는 취지로 직무상 지시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정부 국정 기조의 하나인 '문화 융성'을 위해 투자에 기여해달라고 부탁한 것인데, 기업의 돈을 강제로 뺏은 것처럼 보는 것은 논리 비약"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을 지시한 것은 맞지만 '순수한 의도·정상적 지시'였다는 점을 부각한 것입니다. 기업의 재단 출연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점도 강조하며 강요 혐의를 부인하고, 나아가 박 대통령 역시 공범이 아니란 주장을 강조하는 취지입니다.

유 변호사는 특히 "대통령은 최순실이 개인 사업을 벌이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최순실 등이 개인 이권을 위해 K스포츠재단 등을 이용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고 했습니다.

이는 설령 최씨의 혐의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대통령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는 언급으로 읽힙니다. 오히려 본인은 최씨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는 식의 분위기도 느껴집니다.

즉, 박 대통령은 정상적 정책 수행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최씨가 몰래 사욕을 챙겼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를 직접 만나 모금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 행동으로 최씨·안 전 수석과 함께 범죄를 저질렀다는 수사 결과와 상충합니다.

유 변호사는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의 연설문 유출 등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공범이 아니라고 방어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의 초안 단계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 '최순실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을 뿐, 연설문 자체를 '최순실에게 직접 보내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최씨에게 유출한 것이 정 전 비서관의 독자 행동이었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발언 역시 법적인 책임을 정 전 비서관 선에서 자르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행동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공소장에 명시했습니다.

◇ 국정 복귀·특검 수사 반전 노림수…말바꾸기 지적도

유 변호사는 특히 "검찰이 이미 예단을 가지고 결론을 내놨다"며 검찰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별검사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이는 앞서 검찰·특검 조사 모두를 수용하고 금주 중 검찰의 대면 조사를 받겠다던 입장을 180도 뒤바꾼 것이라는 점에서 중대 사안에 관한 '말바꾸기'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그는 "검찰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검찰 공소장의 '공모' 기재는 사법기관의 판단 없이 아무 법적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검찰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무죄'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박 대통령을 법률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변호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코앞에 닥친 검찰 조사를 거부할 명분을 만들고 특검까지 시간을 벌며 대통령의 '국정 복귀' 시도를 가속화하려 한다는 시각입니다.

대통령 조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 만큼 특검 출범이 가시화하는 다음 달까지 조사 논의가 지지부진하는 사이에 검찰에 끌려다니는 구도에서 벗어나고 지지층이 돌아오면서 특검 조사도 더 나은 여론 속에서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엿보입니다.

유 변호사가 이날 "한 치 사심 없이 살아왔다. 퇴임 후나 개인의 이권을 고려했다면 천벌을 받을 일"이란 박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한 것도 검찰의 '공범' 발표에 흔들린 지지자들이 결집하게끔 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검찰 관계자는 "유 변호사가 애초부터 검찰 조사를 받지 않는 시나리오를 짰던 거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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