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내년 코스피 전망 `트럼프 변수`에 140P 뚝
입력 2016-11-16 17:40  | 수정 2016-11-16 20:25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국내 증권업계가 내년 주가 상승폭을 대폭 낮춰 잡고 있다.
16일 매일경제가 지난 9일 미국 대선을 전후로 각 증권사가 내놓은 2017년도 증시 전망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 당선 후 코스피 밴드 상단 구간이 최대 140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트럼프가 승리하기 전에는 코스피가 내년에 최대 2350까지 올라간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당선 이후 증권사들이 제시한 밴드 상단은 2210~2260으로 낮아졌다.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 동부증권 등이 트럼프 당선 결과를 반영한 내년 증시 전망을 발표했다. 삼성증권은 내년 코스피가 1860~2210을 오가는 박스권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신영증권도 밴드 상단은 삼성증권과 동일한 2210, 하단은 1890을 제시했다. 동부증권은 1860~2250, 한투증권은 가장 후한 수준인 1900~2260으로 예상했다.
미국 대선 이후 전반적으로 지수 전망치가 낮춰진 것은 국내 정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대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코스피가 1835.28(2월 12일)에서 2068.72(9월 29일)까지 움직였던 것과 비교하면 내년 지수는 다소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코스피 상장사의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기업 실적 개선이 주된 이유다.
한투증권은 내년 코스피 순이익을 107조2000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을 2012년(8.8%) 이후 최고 수준인 8.9%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수 등락폭을 주가순자산비율(PBR) 0.88~1.04배 수준에 맞춰 제시한 삼성증권도 "ROE 개선으로 과거보다 낮은 PBR 수준까지 코스피가 후퇴할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내년에는 ROE의 추세적 회복을 통해 코스피가 PBR 1배에 안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신영증권도 "흑자기업 비율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며 코스피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스권 증시를 벗어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삼성·한투증권의 시각이 다소 엇갈렸다. 삼성증권은 "코스피 하단에 대한 지지선은 견고해졌지만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은 높지 않아 박스권이 연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투증권은 "내년에는 업종별 이익 기여도가 골고루 분포돼 있어 일부 업종이 전망치보다 부진하더라도 코스피 흐름은 상향할 것"이라며 "아울러 기업에 대한 가치도 다시 평가받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박스권 돌파 가능성을 예상했다.
증권사별로 제시한 내년 분기별 시장 방향성도 상이해 투자자들로서는 투자 시점에 대한 고민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투증권과 동부증권은 '상고하저'(상반기 상승·하반기 하락)를 예상했다. 반면 신영증권은 '상저하고'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증시가 2~3분기 조정 후 하반기에 회복되는 'U자형'을 전망했다.
내년 투자 선호 업종으로는 소재, 산업재 등 경기민감주를 꼽는 경우가 많았다. 반도체주와 금융주도 거론됐다.
삼성증권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구간에서는 경기민감주에 더 높은 프리미엄이 부여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내년 시장 변수로는 미국의 새 정부 출범 등 정치적 이슈를 꼽는 경우가 많았다. 증권사들은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실행 여부를 비롯해 한국·프랑스 대선, 독일 총선 등이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