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능시즌 ‘최순실일가 패악질’에 넘쳐나는 풍자
입력 2016-11-16 16:38  | 수정 2016-11-16 18:45

우리는 교육과정평가원에 도살당하는 개·돼지가 아니라 평가원의 시험문제 정답을 저격하는 저격수입니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줍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세요.”
대학수학능력 시험일(11월 17일)을 하루 앞두고 수험생들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에도 ‘최순실 게이트를 꼬집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씨의 딸 정유라 씨의 중·고등학교 출석 특혜와 이화여대 입학 특혜 논란 등이 연일 터져나오면서 허탈감에 빠진 수험생들과 이들을 응원하는 선후배들 사이에서 자조 섞인 풍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수험생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사이트 ‘수만휘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린이날 초등생들에게 한 말인 정말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 도와준다”를 패러디해 수능 보는 학생들을 응원하는 글이 수차례 올라왔다.
‘수만휘의 한 회원은 수능 때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패기다. 우주가 우릴 도와준다”며 제사장(박 대통령을 의미)이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 걸로 봐서는 우주의 기운을 모으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회원은 수능 시험을 볼 때 혼이 비정상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 우주의 기운을 받아 응원하겠다”고 적었다.
최순실 사태를 꼬집은 강원도교육청의 수험생 응원 영상도 화제가 됐다. 수능을 이틀 앞둔 14일 공개된 해당 영상은 ‘잘 보든 못 보든‘이라는 가사와 함께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줄...” 이러려고 맨 앞에 섰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등 최순실 게이트를 연상시키는 메시지를 넣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은 정유라 특혜 논란으로 심란한 태도를 드러냈다. 이번에 수능을 본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에 대한 특혜 의혹을 들었을 때 미친‘이라는 생각보다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온 우주의 힘을 모아 잘 찍을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적었다. 이번 사태가 학생들을 얼마나 허무하고 무력하게 만드는지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허탈감에 빠진 수험생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한 말인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를 패러디 해 최순실 사태에 내가 이러려고 수능준비를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롭겠지만 어른들의 실수로 그동안 준비한 수능에 지장이 없길 바란다”는 당부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 밖에 온라인 입시카페에는 예전엔 수능 일주일 전부터 수능 기사로 도배됐는데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수능이 묻혔다”며 수능 당일에도 인기 검색어 1위는 수능 등급컷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일 것”이라고 꼬집는 글도 있었다. 고3 아이를 둔 학부모도 자신의 블로그에 수능 하루 전인데도 수능 뉴스는 일부러 검색 하지 않으면 나오지도 않는다”고 한탄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17일 저녁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이 얼마나 집회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은 수능날인 17일 오후7시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고3 학생들의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수능 시험이 끝나는 첫 주말인 19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하겠다는 수험생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시에 지원한 한 학생은 온라인 입시카페에 19일 논술 보고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고, 또 다른 학생은 수시에 합격한 애들은 지난 12일 집회에 다녀왔다고 하는데 수능 끝난 뒤 꼭 가고 싶다”고 적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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