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 수행을 위해 지난 2011년 건립된 기초과학연구원(IBS)이 21일로 개원 5주년을 맞는다. ‘기초과학연구비 블랙홀, ‘과도한 예산 등 과학기술계에서는 IBS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IBS는 한국 기초과학 발전에 공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IBS는 이명박 정부의 중점 추진 과제였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의 핵심 사업으로 50개 연구단을 선정해 사업단별로 연간 100억원 내외의 연구비를 지원해 한국 기초과학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아래 출범했다. 노벨상 사관학교로 불리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일본 기초과학의 근간인 이화학연구소를 모델로 2030년 세계 10대 연구기관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유룡 KAIST 교수,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과학자들이 IBS에 대거 참여했다. 지난 7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는 ‘네이처 인덱스 2016 라이징 스타라는 사설을 통해 IBS의 약진을 평가했다. IBS는 지난 4년간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100대 기관에 선정됐으며 순위가 대폭 상승한 기관 25개 중 4년간 평점을 4000%(2012년 1.04점에서 2015년 평점 50.31점) 이상 끌어올리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을 비교하면 IBS는 총 논문수 중 상위 1% 논문 비중이 5.29%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2.77%), 일본 이화학연구소(2.185)와 비교했을 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총 논문수는 1836편으로 막스플랑크(5만4772편)와 이화학연구소(1만 3378건)와 비교해 큰 차이가 있지만 좋은 논문을 상대적으로 많이 발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IBS의 성장은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다. 단장에 선정되면 연구분야 선정부터 연구단 구성, 연구원 평가 등에서 정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한국 과학기술계가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했던 연구개발(R&D)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한국물리학회 회장)는 IBS는 단군이래 기초과학에 대한 가장 많은 투자를 통해 많은 기대와 관심 속에서 출범했다”며 무엇보다 기초과학을 연구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든 것은 평가할만하다”고 말했다.
IBS의 출발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과 부지 매입비를 둘러싼 갈등으로 본원 건립이 2년이나 지연됐다. 과학기술계에서도 IBS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학 기초연구비 예산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대학에 할당되어야 할 기초연구비가 IBS 탓에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IBS와 기초연구지원사업 예산은 별도로 책정돼 매년 증가했지만 IBS에 포함되지 못한 연구자들은 연구비가 없어 허덕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교수는 한 연구단에 100억원은 과도한 예산”이라며 이는 막스플랑크연구소나 이화학연구소보다도 많은 연구비로 투자대비 효율은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까지 50개 연구단을 선정하려던 계획도 2021년으로 밀려났다. 현재 IBS는 나노입자 연구단, RNA 연구단, 지하실험 연구단 등 26개 연구단이 운영중인데 생명과학, 물리 등 특정 분야에 치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환 교수는 한국 기초과학 발전은 수많은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풍토 속에서 이뤄질 수 있다”며 풀뿌리 연구자들의 자유롭고 창의로운 연구가 한국 기초과학 발전을 한단계 성숙시킬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제도 개선의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