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은 무당이 아닌 '무속 신앙자'?…무속인 찾아 수차례 굿판 벌여

최순실은 무당이 아닌 '무속 신앙자'?…무속인 찾아 수차례 굿판 벌여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지난해 봄까지 한 무속인의 신당(神堂)을 수차례 찾아 한 번에 200만~300만원짜리 굿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최씨가 사이비 종교 신자이거나 무당일 수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파다했으나, 그가 무속 신앙을 가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온 것은 처음입니다.

14일 정치권 및 언론계와 무속업계에서 나도는 얘기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도시에서 신당을 운영하는 70대 여성 무속인 A씨가 최순실씨의 굿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A씨는 "예전에 최순실이 가끔 찾아와서 내가 일(굿)을 해줬다. 주로 금전 쪽의 기도를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최씨에 대해 "매번 혼자 왔고 남편 얘기를 꺼내지 않아 결혼을 못한 줄로 알았다. 딸이 있는 것도 몰랐다"며 "작년까지 돈을 잘 벌어 신이 나 있었다. 태도는 공손한 편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최순실이 여기 한참 다니다가 작년 봄부터 딱 끊었다"며 "다니다가 안 오고 또 다니다가 안 오고, 절에 가기도 했던 것 같다. 열심히 다녔어야 하는데..."라고 부연했습니다.

A씨 신당은 산 중턱에 임시로 마련돼 시설이 열악한 편이었습니다. 천신각, 용궁, 서낭 등으로 구성된 누추한 신당에는 신도들이 바친 쌀이나 과일, 사탕을 몰래 먹으려는 야생 들짐승이 들락거렸습니다.

그 위치는 지도에 표시되지 않고, 내비게이션으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거액의 헌금을 요구하는 호화로운 도시형 신당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A씨는 "초하룻날에 쌀을 한 번씩 갖다 바치면 내가 기도를 해주고, 7만원을 더 내면 초를 켜준다"며 "굿은 한 번에 150만원인데, 음식 차리고 법사 쓰고 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내가 돈을 벌어먹으려는 그런 마음이 없다. 돈을 많이 안 받는다. 성의껏 하라고만 한다"며 "최순실은 한 200만원도 내고 300만원도 내고 그랬던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신당을 청소하던 한 신도는 "여기는 믿는 사람이 오지, 안 믿는 사람은 안 온다"며 최씨가 자주 들렀다고 귀띔했습니다. 낯선 외부인을 경계하던 다른 신도도 "요즘에는 안 온다"며 과거 최씨 방문을 인정했습니다.

최씨의 이혼한 남편 정윤회씨가 역술인 이세민씨를 종종 만나 개인적인 문제를 상의하는 것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결국, 최씨 부부가 모두 무속인이나 역술인에 의지했던 셈입니다.

다만, A씨는 최씨 본인이 무당이라는 세간의 의혹은 틀렸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 신당 터는 기운이 좋고 영험하기로 유명해 다른 지역 무속인들이 돈을 내고 굿을 하러 오는 곳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최씨 자신에게도 신기(神氣)가 있었는지 물었으나 A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A씨는 자신이 내림굿을 해준 '신아들'이 7∼8명이라고 자랑하면서도, 최씨가 신내림을 받은 무당은 아니었다고 단언했습니다. 무속 신앙을 가지고 기도와 굿을 청했을 뿐이었다는 것입니다.

최씨의 부친 고 최태민씨는 영생교 교주로 활동하기 전 무당 노릇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A씨는 "거기도 가짜"라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최씨 일가 중에 정통 무속인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A씨는 TV 뉴스를 통해 최씨가 구속된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가끔 신점도 보는 그는 "최순실이 돈복을 많이 타고났고, 권력을 가지고 살 팔자"라면서도 "지금은 수가 많이 나쁘다. 올해 죽을 수를 넘으려고 저런 일이 났다"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범띠가 아닌데도 호랑이가 한 마리 들었다"며 "지금도 잡혀가서 돈을 엄청나게 쓰는데, (돈을) 지켜야지. 나한테 오다가 안 와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무속인들 사이에서는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등을 A씨를 통해 A씨 가족에게 맡겼고, 연설문을 수정해주는 대가로 최씨가 고급 외제차를 선물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A씨는 이와 관련, "연설문 같은 것을 본 적이 없다. 나는 쓸 데 없는 말 안 한다"고 극구 부인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