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세 야당은 12일 일제히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과 함께 시위를 벌였습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경우 그동안 역풍을 의식해 장외투쟁에 선을 긋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지만, 이날은 세 야당 지도부와 의원들 대부분이 거리집회에 집결했습니다.
특히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민주당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등 차기 대권 주자들도 광장에 나와 시민들과 촛불을 함께 들었습니다.
이처럼 세 야당이 전면적으로 장외투쟁에 결합한 데에는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오는데 이날 집회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습니다. 이날 집회에서 촛불민심을 통해 강력한 압박을 가해야만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등 태도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실제로 오후 촛불집회에 앞서 민주당이 이날 오후 청계광장에서 주최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에서 의원과 당원들은 평소보다 강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정권퇴진이나 하야·탄핵을 주장하지 않고 있지만, 3만여명의 당원과 80여명 이상의 의원들이 모여든 집회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정권퇴진과 탄핵 주장이 흘러나왔습니다.
이들은 '박근혜 퇴진' 등이 쓰여진 손팻말을 든 시민들과 함께 "박근혜가 몸통이다", "국정에서 손떼라"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도 쏟아졌습니다.
2년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최순실씨 딸 정유라의 승마 특혜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했던 안민석 의원은 무대에 올라 "박근혜를 국민을 혼란에 빠트린 내란죄로 수사해야 한다. 또한 대기업에 특혜주고 '삥땅' 뜯은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 지도부나 대선후보들을 향해서도 "이 엄중한 상황에서 야당은 좌고우면하면 안된다. 야권의 지도자들이 계산기 두드리면 안된다"며 "촛불시민이 만들어준 시민혁명의 대열의 첫줄에 민주당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송영길 의원도 "박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보톡스를 맞았는지 무슨 굿판을 벌였는지 알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은 '우주의 기운'을 받았는지 점괘를 받았는지 해경 해체를 결정했다. IQ도 좋지 않은 분이 어떻게 혼자 결정했겠나"라고 했습니다.
그는 "해경을 해체할 게 아니라 새누리당을 해체하고 정치검찰과 황교안 내각을 해체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정재호 대외협력위원장도 "이러려고 국회의원 했나 싶어 자괴감이 든다. 누구 때문에 개고생을 해야 하나"라며 "물러나야 할 사유가 1만가지다. 퇴진을 안받아들이면 탄핵을 준비해야 하고, 내년 6월 조기대선을 하더라도 기필코 승리하자"고 강조했습니다.
표창원 의원도 "단 하루도 박근혜를 우리나라 지도자로 인정하고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유은혜 의원도 "물러나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민석 당 대표 특보 역시 "우리는 오늘 우주의 기를 모아 박근혜정권을 끝장내기 위해 모였다. 국민은 방을 빼라고 하는데 청와대와 대통령은 안 나간다"며 "국회와 국민과 협력하는 것이 싫다면 당장 방빼라"라고 했습니다.
정청래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은 반헌법사범이며, 사이비종교에 농락당해 사이비종교 무당국가를 만들었다. 즉각 하야해야 한다"고 맹비난하면서도 나라를 구한다는 애국심으로 촛불을 들어야 한다며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집회에서는 박찬대 의원의 노래공연과 민중가수들의 초청공연 등 문화행사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이날 시위장을 찾은 대권주자들도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함께 구호를 외치는 등 자리를 지켰습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집회를 기점으로 야권이 전면적인 정권퇴진론을 외치는 등 강경일변도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습니다.
정권퇴진을 외치는 순간 거국내각 총리 등을 비롯한 타협의 여지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다음 수'를 모색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주장입니다.
국정공백 사태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기약없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 역시 야권의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의원들이 국회가 아닌 장외에서의 싸움에 나서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도 생길 수 있습니다.
야권이 이날 '평화집회'를 강조하면서 과격한 모습으로 비치지 않도록 신경을 기울인 데에는 이런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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