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이후 처음으로 만나 그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업적이 정권교체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취임과 동시에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기 때문이다.
‘폐기 1호 오바마 레거시는 ‘오바마케어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직전까지 유세에서 ‘오바마케어 폐기를 공언했다. 오바마케어는 저소득층에게 보다 폭넓은 의료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건강보험개혁법이다. 하지만 중산층 이상 가구에 의료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며 반대에 부딪혔다. 일각에서는 대선 직전 오바마케어 보험료 인상분이 통지되면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패인으로 작용했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기후변화협정 역시 트럼프 당선인이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대표적인 오바마 레거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지목하고 2030년 청정에너지 계획, 화석연료 사용 비율 감축, 파리기후변화협정 비준 등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공화당은 기후변화대책에 근본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는 특히 선거과정에서 화석연료가 기후변화를 유발한다는 주장 자체가 ‘사기”라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 4월 유엔에서 175개국이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무효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환경문제를 이유로 금지시킨 키스톤 송유관 건설사업을 트럼프는 재허용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트럼프 색이 짙은 인사를 재지명할 방침이다. 보수 5대 진보 4로 구성됐던 미국 대법원이 지난 2월 보수 성향의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 사망으로 현재 보수 4, 진보 4 동수를 이루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성향의 메릭 갈랜드 대법관을 지명했지만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인준을 거부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의 갈랜드 대법관 지명을 무효화하고 보수 성향 대법관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지난 해 어렵게 성사된 이란 핵 합의도 트럼프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란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란 핵 개발 족쇄를 풀어주는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마자 하산 로하니 이란 외교장관이 트럼프를 향해 국제사회가 승인한 이란 핵 합의안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이민정책도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서로 반대 편에 있는 이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불법체류 청년의 추방 유예 프로그램을 행정명령으로 발동했고, 2014년에는 불법 체류자 추방을 유예하고 합법적인 신분으로 교체해 주는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트럼프는 취임 후 이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오바마 대통령까지 마지막까지 의회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최악의 협정”이라고 폄하하고 있어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한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등에서도 공공연히 반대해 왔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