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1월 8일 뉴스초점-대통령의 충신과 간신
입력 2016-11-08 20:20  | 수정 2016-11-08 21:06
'충신은 나라를 위해 일하고, 간신은 자신을 위해 일한다'

말 그대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수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선 실세로 주목된 최순실 씨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지만 입을 연 사람들은 하나같이 한 사람을 지목하고 있지요.

바로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이 시켜서 모금을 했고, 대통령이 시켜서 최순실에게 기밀자료를 전달했고, VIP가 원하니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물러나야한다….

이들은 오랜 세월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며 든든한 방패막이가 돼주던 이들이었습니다.

간신은 평화로울 땐 충신의 탈을 쓰고, 위기가 닥쳤을 땐 그 본색을 드러낸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죠.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고 잘못에 대해서 법의 심판을 받는 건 당연한데, 이상하게도 이들의 말은 정의를 위한 고해성사로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더 큰 걱정은 우리나라가 이런 간신들이 판을 칠 수 있는 나라였다는 거죠.

대통령은 본의든, 타의든 이런 충신과 간신을 맞닥뜨릴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가족이든, 남이든,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 가려내지 못한다면 말년에는 이렇게 허망한 말을 남기게 됩니다.


'대체, 대통령을 왜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 김영삼 전 대통령. 1997

'대통령이 되려고 한 것이 오류였던 것 같다'
- 노무현 전 대통령. 2009

'이제 와서 누굴 탓할 수 있겠나, 모두 내 불찰이다'
- 이명박 전 대통령. 2012

모두 친인척 비리로, 임기 말이 우울했던 전직 대통령들이 한 말입니다.

그리고 최근 유행어가 된 말,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도 있죠.

간신을 기록한 역사엔 늘 어리석은 통치자가 있었습니다.

조선의 왕 중엔 폐위된 왕이 두 명 있죠. 연산군과 광해군입니다.

대표적인 간신 임사홍과 임숭재 부자는 연산군에게 미녀를 바쳐 총애를 얻었고, 자신의 집과 창덕궁을 맞닿게 할 정도의 권세를 누렸습니다. 이들은 결국 왕의 폐위와 함께 부관참시를 당하게 되죠.

또, 이이첨과 정인홍은 광해군을 등에 업고 영창대군을 죽이고, 정권을 주도하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 왕의 폐위와 함께 처형되고 맙니다.

사람을 고르고 쓰는 이는 바로 '대통령'입니다. 정권이 붕괴되고, 대통령 자신이 큰 화를 입는 것도 근본 원인은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한 탓,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는 용인술이 모자란 탓, 결국은 대통령 책임인거죠.

대통령 자신에게 불리하게 되더라도, 옳은 소리를 했다면 그를 충신으로 볼 수 있는 혜안을 갖는 것….

사실 그런 눈이 있었다면 정국이 이렇게 되지도 않았겠지만, 이 또한 대통령이 가져야할 중요한 자질입니다.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