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다보스포럼의 선언 “수직적 리더십 시대는 끝났다”
입력 2016-11-08 16:02 
지난달 방한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 [이충우 기자]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개별분야에서 발전이 아니라 광범위한 협업이 성공의 필수 요소가 됐습니다. 수평적인 시각에서 시스템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스템 리더십이 핵심어가 될 것입니다.”
지난달 방한했던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의 말이다.
올해 초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내세웠던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내년 화두로는 ‘소통과 책임 리더십(
Responsive and Responsible Leadership)이라는 좀 더 거시적인 화두를 내세웠다. 얼핏 보기에 올해와 내년 주제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세계경제포럼은 내년에 리더십이라는 화두를 내세운 핵심 이유로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 현상을 꼽았다. 경제, 사회적 발전을 이루지 못한 사회에서 좌절과 불만이 증가하고 있고, 이들의 상황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더 불확실해질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이 기술간 융합을 가속화시킬 것이고 각종 시스템간의 경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하고 있다. 이런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개별 경제주체간, 국가간 상호 의존성을 깨트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기민하고 포용적, 협력적 대응이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은 번영과 안전을 뒷받침하는 시스템 관리 능력을 보강할 필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포럼은 20세기형 협력 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글로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 규범, 정책, 기관들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 세계경제포럼은 좀 더 포용적인 발전을 통해서 이런 시스템을 재구성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런 리더십 논의는 경제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혁신적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전세계적으로 보호주의, 포퓰리즘,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기존에 사회를 지탱했던 시스템이 약화됐고, 국가 지역 글로벌 차원의 신뢰가 깨지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러한 점에서 충격이 오면 과거보다 더 큰 파장이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 경고를 보낸 셈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리더십을 화두로 들고 나온 것은 미국 대선 이후 리더십 확립 문제,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과 영국의 리더십 재설정 문제, 한국의 대통령 리더십 상실 문제 등 전세계가 당면한 이슈를 관통하는 주제를 던졌다는 평가다.
세계경제포럼은 글로벌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들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리더십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슈바프 회장은 한국도 시스템 리더십을 확립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슈바프 회장은 폐쇄적인 칸막이 문화로는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며 더 이상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으로 생각하고 플랫폼 차원에서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기업에 대해 거대한 물고기가 아닌 작은 물고기 조합으로 네트워크화해 빠르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유연한 자세로 협력하는 것이 개인에게도 중요한 역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세계경제포럼은 근본적 혁신을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이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제포럼은 앞으로 ▲소비 ▲디지털 경제와 사회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포용 ▲교육, 성, 노동 ▲에너지 ▲환경과 자원호보 ▲금융과 금융시스템 ▲식품안전과 농업 ▲건강과 의료 ▲정부와 엔터테인먼트 ▲국제무역과 투자 ▲장기 투자, 인프라 발전 ▲모빌리티 ▲제조업 등 14개 분야에서 시스템 리더십을 확충하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에 대해서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간 협력과 진정성 있는 다자간 대화가 더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세계경제포럼은 다극화된 세계가 도래했다는 것이 결정을 미루거나 행동에 나서지 않는 명분이 될 수 없다”며 이런 다극화된 질서 때문에 오히려 지도자들은 신뢰를 받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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