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집값 급등지역 수요 잡겠다며 `11·3` 대책 내놨는데…
입력 2016-11-07 17:23  | 수정 2016-11-07 20:36
정부가 투기수요를 잡겠다며 '11·3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강북과 일부 경기권 등 약(弱)규제 지역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신규 분양은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로 예정됐던 '공덕 SK리더스뷰' 일반분양이 내년 이후로 밀렸다. 마포로6구역 재개발 사업인 공덕 SK리더스뷰는 당초 일반분양을 한 후 기존 건축물 철거작업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건축물 철거 전에도 가능했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 발급 요건이 11·3 대책을 통해 철거 후에만 가능한 방향으로 바뀌었고, 공덕 SK리더스뷰는 강화된 정비 제도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공덕 SK리더스뷰는 입지가 좋아 강남에 부동산 규제가 집중되면 최고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꼽히던 단지다. SK건설 관계자는 "제도가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다"며 "내년은 돼야 분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분양 예정이던 강북 미아 '꿈의숲 효성해링턴플레이스'도 기존 건축물 철거작업이 아직 진행 중인 탓에 11·3 대책 이후 분양보증 발급이 불가능해졌다. 효성 관계자는 "현장철거가 끝나야 분양보증이 가능하다고 해서 내년 상반기로 분양일정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11·3 대책에 포함된 정비사업 대출보증 요건 강화는 조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걸 막기 위한 장치다. 2018년 부활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고자 재건축·재개발을 서두르는 사업장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두 단지처럼 분양일정을 늦추는 사례는 늘어날 전망이다. 분양이 지연될 경우 일부 단지는 금융비용 부담에 기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날 수도 있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분양이 줄줄이 연기되며 일부 단지는 분양을 내년으로 미루는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서초 잠원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와 송파 e편한세상거여, 잠실 올림픽아이파크 등이, 비강남권에서는 서울 노원 월계2구역아이파크와 은평 백련산SK뷰아이파크, 보라매 SK뷰 등이 분양 일정을 미뤘다. 통상 분양 일정은 시장 분위기 변화와 조합 사정 등 다양한 이유로 조정되지만 최근에는 HUG의 분양보증 발급 지연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HUG는 이달 15일 전까지 보증서 발급업무를 사실상 중단했다. 재당첨 금지, 1순위 청약자격 강화 등 요건이 '11·3 대책' 관련 규칙 개정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공조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HUG는 이 같은 내부지침을 정하고 11·3 대책 발표 직후 분양사업자들에게 통보했다.
HUG의 분양보증 발급 지연에 업계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 횡포"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HUG의 눈 밖에 났다간 향후 사업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어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이 때문에 취재에 응한 건설사 관계자들은 분양일정 변경과 HUG의 분양보증 지연을 연결 짓는 논리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HUG의 분양보증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일정을 고심 중"이라며 "4분기 매출 실적을 생각하면 연말에 분양하는 것이 좋지만 사업성이 좋은 곳이라 하더라도 일단은 정부 당국 움직임과 의도를 파악하자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규제지역으로 주목한 지역들은 적어도 11월까지는 공급자나 수요자 모두 관망세일 수밖에 없다"며 "공급자인 조합과 건설사도 이달 분양 일정 조정에 나서면서 12월이나 내년 초 분양 물량이 예상보다 늘어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신규 분양은 밀리고 있지만 정부가 잡겠다는 분양권 전매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 8일부터 계약이 진행될 신길 뉴타운 아이파크에는 떴다방(불법 이동식 중개업소)이 출몰하고, 지난달 청약이 완료된 신촌숲 아이파크 분양권에는 5000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었다. 최근 1년 사이 청약이 진행됐던 주요 아파트 단지 분양권은 전매제한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매력이 부각되면서 수요가 있다.
1순위 자격이 변경됨에 따라 '아파트 투유' 청약 사이트 개편도 분양시장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1순위 청약자격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2월 초까지는 분양이 잡혀야 올해 실적에 포함될 수 있다"며 "연말에 올해 매출을 높이기 위한 막판 밀어내기 분양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