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집중vs다각화’ 반대로 가는 석화 빅2 롯데·LG…승자는?
입력 2016-11-07 16:21 

석유화학업계 빅2인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기초소재에 집중하는 반면, LG화학은 새로운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중이다. 올해 3분기까지의 성적은 화학제품 시황 강세 덕을 본 롯데케미칼의 판정승이다.
7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LG화학의 목표주가를 낮춘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교보증권, 현대증권 등 3곳이다. LG화학이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달 19일에 목표주가 하향이 이뤄졌다.
반면 롯데케미칼에 대해서는 KTB투자증권(7일), 신한금융투자(10월 31일), LIG투자증권(10월 31일), 미래에셋증권(10월 25일), 메리츠종금증권(10월 11일) 등 5곳이 목표주가를 올렸다.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시황 강세로 지난 상반기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32.8% 늘어난 64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조 8107억원을 기록해 연간으로 영업이익 2조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가장 기초적 석유화학 소재인 에틸렌 생산능력을 키우는 데 투자를 집중해왔다. 지난 2010년 연간 72만t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 타이탄을 인수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오일뱅크와 합작해 만든 현대케미칼의 초경질유(콘덴세이트) 정제설비(스플리터)를 통해 에틸렌의 원재료인 납사를 자체조달하기 시작했다.
또 롯데케미칼은 미국과 우즈베케스탄에서 저렴한 셰일가스를 활용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에탄분해설비(ECC)의 가동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이 같은 투자가 완료되면 롯데케미칼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382만t까지 늘어나 243만t인 LG화학을 압도하게 된다.
증권업계는 내년까지는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투자가 계속 빛을 볼 것이라고 전망한다. 에틸렌의 시황이 강세를 보이면서 가격이 더 오를 것을 걱정하는 화학업체들이 에틸렌 재고를 확보해두려는 수요를 일으켜 증설 물량을 소화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거시경제 지표의 개선으로 롯데케미칼로부터 에틸렌을 구매하는 업체들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게 됐다”며 지난 9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54개월만에 플러스로 전환됐고, 지난달 구매관리자지수(PMI)도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이외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왔다. 지난 2009년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진출했다. 올해 4월에는 동부그룹으로부터 팜한농을 인수했고, 지난 9월 그룹사 내 제약사인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에틸렌 생산은 효율을 높이는 수준의 투자만 하는 대신 고부가가치 소재의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문제는 신사업들의 성과가 시원치 않다는 데 있다. LG화학은 지난 3분기 전년 동기대비 15.6% 감소한 460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6.8% 늘어난 517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전자정보소재·2차전지 부문과 지난 4월 인수한 팜한농이 각각 141억~19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실적을 갉아먹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지난 7년간의 투자에도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4분기부터 배터리 부문이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증권업계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초기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협상의 우위는 완성차 업체들이 갖고 있다”며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판매로 수익을 낸 뒤에야 배터리업체들도 수익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GM의 순수전기차 모델 볼트의 흥행여부가 LG화학 배터리 사업의 가치를 가늠할 것으로 봤다.
팜한농도 LG화학에 인수된 뒤 농자재(농약·비료) 성수기인 2분기 22억원 적자를 냈고, 3분기 적자폭은 전년 동기의 2배에 이르는 196억원으로 늘어났다. 팜한농 관계자는 LG화학에 인수되기 전부터 창고에 쌓여 있던 악성 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적자폭이 커졌다”며 내년부터는 정상적인 영업실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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