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도요타자동차가 전기차(EV)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친환경차량 분야에서 그동안 하이브리드차(HV)와 연료전지차(FCV·수소차)에 집중해왔던 도요타가 결국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달려들면서 글로벌 판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2020년까지 전기차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기로 하고, 내년 초 전기차 기획·개발을 담당하는 사내 조직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도요타는 1회 충전으로 300km 이상을 주행하는 전기차 개발을 위해서는 배터리 성능 확보가 필수라고 보고 올해 1월 출범시킨 전지재료기술·연구부를 통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필요한 경우 외부에서 배터리를 조달해 전기차 개발에 나서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이에따라 한국의 대표적인 배터리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 등이 영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나 주력 승용차 콜로라 플랫폼을 이용해 인기가 높은 다목적스포츠차량(SUV) 전기차를 내놓은 것을 검토하고 있다.
도요타의 이번 결정은 친환경차량(에코차)를 둘러싼 글로벌 시장 판도를 흔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도요타는 에코차의 무게중심을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차에 두고 기술개발을 해왔다.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는 ‘프리우스로 이미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왔다. 전기차 선도업체인 미국 테슬라가 시장 확대를 위해 전기차 특허를 무상 공개하자 작년 초에는 연료전지차 관련 특허 5680건을 무상으로 공개하는 등 연료전지차 시장 확대를 위해 맞대응하기도 했다.
도요타가 이번에 에코차 전략의 무게 중심을 전기차로 전환한 것은 각국의 강력한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기차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허공개까지 감안했지만 연료전지차에서 글로벌 우군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다.
반면 전기차는 각 대륙에서 우군을 확보하며 충전소 등 필수 인프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당초 전기차의 경우 1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짧아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봤지만 배터리 기술이 날로 진화하면서 한계를 극복해가자 도요타도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세계 최대 친환경차 격전장인 유럽 북미 중국 등에서는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과 맞물러 대대적인 개발과 상용화가 진행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일정비율 이상 전기차를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중국도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전기차 시장 확대를 지원중이다. 도요타의 최대 라이벌인 독일 폭스바겐은 디젤차 스캔들 이후 발빠르게 전기차로 방향을 늘었다. 폭스바겐은 현재 판매비중이 1%에 불과한 EV 판매비율은 2025년까지 25%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북미시장에서는 전기차의 원조나 다름없는 테슬라가 내년에 소형세단 모델3를 내놓을 예정이고, GM도 볼트로 본격적인 시장 공략채비를 마쳤다. 중국에서도 최대 전기차 기업인 BYD가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작년 32만8000대로 신차 시장의 0.4%에 불과했던 전기차 판매량이 2030년에는 8%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도요타의 결정에 따라 그간 수소차와 전기차 양방향의 개발을 모두 진행해오던 현대자동차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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