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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승부조작 ‘광풍’…시작은 ‘불법 스포츠도박’
입력 2016-11-07 15:27 
7일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 박민순 경감. 사진(의정부)=안준철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의정부) 안준철 기자]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라는 말은 적어도 2016년 프로야구판에서는 ‘불법 스포츠도박이 승부조작이 된다로 바꿔도 될 만하다. 결국 문제는 불법 스포츠 도박이었다.
7일 경기 의정부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하 북부경찰청)은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2014년 프로야구 경기에서 고의 볼넷을 던지는 수법으로 승부조작을 대가로 브로커에게 금품을 받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총 7억원 상당 베팅을 한 전·현직 프로야구 투수 7명, 브로커 2명 등 19명과 승부조작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해당 선수를 신생 구단에 특별 지명을 받게 해 10억원을 편취한 NC다이노스 관계자 2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승부조작 혐의로 실명이 거론된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성민(26)이다. 이성민은 NC 소속이던 2014년 7월4일 마산 LG전에서 1회 상대 타자 오지환(26)에 고의로 볼넷을 내주는 수법으로 3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당시 이성민과 함께 NC에서 뛰던 투수 E도 투수와 타자에서 승부조작을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조작 청탁 외에 불법사이트에 베팅한 혐의도 있는 E는 이후 다른 구단으로 이적해 공익근무를 하던 중 방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둘의 승부조작을 알고 은폐하려 한 NC 구단관계자들도 기소될 전망이다.
특히 이날 관심을 모았던 NC 투수 이재학(26)은 단순 도박 혐의로 공소시효가 끝나 불기소 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이재학은 승부조작 혐의를 받아왔다. 하지만 두산 시절인 2011년 자신의 팀 동료를 통해 불법도박에 대리베팅을 한 혐의만 인정됐고, 대리베팅한 선수도 이번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국민체육진흥법상 도박규정이 시행되기 전이라 일반 형법상 단순 도박 혐의를 적용해 공소시효가 끝났다. 이들 외에도 현역 F투수가 400만원을 도박에 베팅한 혐의로 역시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 자신들이 활약하고 있는 프로야구 경기에 베팅했다.
승부조작도 승부조작이지만 승부조작의 뿌리가 된 불법도박 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 조사자료에 따르면 2015년 불법 도박시장 전체규모는 84조원으로 추정되며, 이중 불법스포츠도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시장의 26%(약 22조원)로 2011년보다 3배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는 프로농구 선수들이 대서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로 소환됐고, 최근 승부조작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전창진 전 KGC감독도 도박혐의는 인정됐다.
더구나 불법 온라인 스포츠도박은 높은 환급률, 무제한 베팅, 다양한 상품, 인증 절차 없는 익명성 등으로 인해 청소년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급속하게 확산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선수들이 불법 도박에 접하는 시기도 성인 연령이 아닌 학생 때로 더욱 빨라지고 있어 그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자신이 뛰고 있는 리그나 경기에 베팅을 하는 것은 윤리 의식이 땅에 떨어져 있음을 나타내는 일이다. 이번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과 지난해 프로농구 불법 스포츠도박 사건을 파헤친 북부경찰청 관계자는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도박 베팅은 종목을 불문하고 독버섯처럼 확산되고 있어 사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구단에서는 승부조작과 불법 도박을 같이 취급하며 선수단 교육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번 승부조작 사건으로 또 다시 도박 베팅과 승부조작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만 확인됐다. 불법 스포츠도박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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