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BI 결국 무혐의 종결…코미 국장, 진흙탕 싸움 희생양?

美 FBI 결국 무혐의 종결…코미 국장, 진흙탕 싸움 희생양?


엄격하고 공정한 법 집행으로 평판을 쌓아온 미연방수사국(FBI)이 미 대선 민주·공화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간의 진흙탕 싸움에 휘말려 자칫 이번 대선전의 최대 희생양이 될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선 종반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에 대한 재수사를 결정을 내려 클린턴 진영으로부터 맹비난을 초래했던 FBI의 제임스 코미 국장은 결국 6일 재수사를 종결하면서 이전의 불기소 방침을 확인했으나 이메일 수사를 둘러싼 혼선으로 FBI에 대한 신뢰는 물론 코미 국장의 개인 평판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는 중론입니다.

정직과 정확한 판단으로 신뢰를 얻어온 코미 국장이 이메일 수사와 관련, 정치적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됨에 따라 개인적 평판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어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향후 입지가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6일 코미 국장이 이메일 수사와 관련해 상당한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코미 국장 지지자였던 벤저민 위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FBI 국장에 대한 평판이 1년 전과 달라졌다"면서 "지금은 많은 사람이 FBI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미 국장은 앞서 지난 7월에는 클린턴 이메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주의하기는 했지만, 범죄수준을 아니라고 밝혀 클린턴 진영으로부터는 환호를, 반대로 트럼프 진영으로부터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대선 종반인 투표 11일 전 이메일에 대한 재수사 방침을 공개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습니다. 코미 국장은 1930년대 청렴 강직한 수사관에서 FBI 총수에 올라 정치사찰을 일삼았단 에드거 후버 전 FBI 국장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했습니다.

이메일 수사가 대선 판도를 요동치게 하면서 FBI가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여기에 평소 친 공화적인 FBI 내부 분위기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트럼프 진영에 희비를 안겨준 코미 국장은 트럼프 측에 '믿지 못할 우군'의 이미지를 남겨 만약 트럼프가 당선되면 코미 국장의 해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클린턴이 당선되더라도 마찬가지로 험난한 미래가 예상됩니다.

코미 국장은 이미 이메일 수사와 관련해 의회 내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조사 요구에 직면해 있으며 직무상 기밀 누설은 해임 사유에 해당합니다. 상당수 FBI 내 친공화 요원들이 이메일 수사 관련 정보를 공화당 측에 누설한 정황들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코미 국장은 이제 본인 자신은 물론 FBI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으나 전망은 험난한 편입니다. 이미 예비 수사가 시작된 클린턴 재단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만큼 만약 클린턴이 당선되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야 합니다. 긴장관계의 악연이 계속될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자칫 대세를 그르치게 할 수도 있었던 대통령 밑에서 일해야 하는 껄끄러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당시 루이스 프리 FBI 국장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임기 대부분을 보내야 했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의회를 상대로 민간업체의 SNS 암호화 방지법안을 설득하려던 계획도 FBI 등 법집행기관의 정치개입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면서 차질을 빚을 전망입니다.

만약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코미 국장의 해임 여부도 주목거리입니다. 클린턴으로서는 코미 국장을 해임할 경우 정치 보복 논란을 초래하거나 그를 보수진영의 순교자로 만들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FT는 코미 국장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임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단 집권 후 차기 법무장관 임명 과정에서 코미 국장 연임 여부가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코미 국장 10년 임기는 오는 2023년까지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