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 유지태 "이다윗, 어떤 여배우보다 사랑했다"
입력 2016-11-07 09:33 
영화 '스플릿' 국대 출신 비운의 볼러 철종 役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스트라이크 10번이면 퍼펙트 게임인데, 연습하면서 7번 스트라이크를 쳐서 전율을 느껴보기도 했죠. 기회만 있었으면 프로 볼러에 진짜 도전했을 거예요.(웃음)"
배우 유지태(41)가 도박 볼링 세계에 뛰어든 밑바닥 인생들의 짜릿하고 유쾌한 한판 대결을 그린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 9일 개봉)에서 제대로 프로 볼러 연기를 하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폼 자체가 이상하게 보이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4개월 만에 평균점수 180에 도달했다. 볼링 선수 1차 테스트 합격선이 190이다. 이같은 결과는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 정도로 여러가지 운동을 좋아한다"는 유지태의 성향 덕이기도 하다.
유지태는 오히려 극중 외모적으로 안 돼 보이거나 다리를 다친 인물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영화에서는 이미지가 중요하고 그게 영화배우의 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맡은 철종은 소통 불가하고, 어두운 인물이었다. '희비'적인 느낌이 동시에 들도록 희화화하려고 노력했는데 초반에는 철종이 너무 웃긴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극중 자폐 성향을 보이는 볼링 천재 영훈을 연기한 후배 이다윗과의 연기도 난감했다. "철종은 이전에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껄렁한 캐릭터였기에 부담은 있었지만 성실하게만 한다면 별문제 없을 것"이라고 느꼈는데 이다윗과는 첫 만남부터 당혹스러웠다.
"다윗이가 맡은 영훈은 시선을 안 마주치고 자기 세계에 빠진 캐릭터잖아요. 연기는 같이해야 하는데 같이 하는 느낌이 아니었어요. 저도 재치있거나 넉살 좋은 배우가 아니라서 처음에 다윗이를 찌르고 살갑게 연기해야 하는 게 부담이기도 했죠.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여는 게 담겨야 해서 꾸준히 썰렁한 농담도 하고, 어떤 배우 앞에서 행동하는 것보다 최선을 다한 것 같아요. 다윗이를 여배우도 더 사랑했던 것 같아요.(웃음)"
'스플릿'은 아무래도 이다윗의 연기가 가장 눈에 띈다. 이다윗이 연기를 잘하기도 했지만 유지태가 잘 받아준 덕도 있다.
유지태는 "항상 상대와 연기를 할 때 눈높이를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 배우는 장점이 있기에 그들만의 장점을 냉정하게 객관화하고 배울 만 하다면 배우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은 배우들을 경쟁 관계로 바라보고 '누가 잘했나 못했나' 평가하지만 우리는 공생하는 관계"라며 "그 친구의 장점이 부각된다면 나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한다"고 웃었다.
유지태는 영화 '마이 라띠마' 등을 직접 연출하기도 한 감독이기도 하다. 이미 시나리오 한 편을 더 써서 제작사에 넘기고 제작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배우 활동을 잘해야 감독 활동도 잘할 수 있다고 느낀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모든 것이 앞으로 내 일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기에 현장에서 절대 게을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출연하고 연출한 영화들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낀다고도 강조했다. "아들에게 '아빠는 영화배우였고 이런저런 영화를 찍었어. 이런 연기 했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짚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아들에게 먼저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기도 해요. 한국영화의 지평을 연 작품이잖아요. 작품성도 있고, 세계인과 경쟁할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 영화 덕에 외국 영화 출연 제안도 몇 번 왔었는데 몇몇 작품은 성향도 안 맞고, 제가 싫어하는 장르이기도 해서 참여하지 않았죠. 성사되진 않았지만 지금도 '올드보이' 덕분에 오디션을 보긴 해요. 하하하."
유지태의 바람은 기타노 다케시와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오랫동안 배우 겸 감독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스플릿'에 나오는 정성화씨를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개그맨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뮤지컬에서 톱이 됐잖아요. 배우로서 활동도 어려웠을 것 같은데 기존 선입견을 깨려고 부단히 노력했겠죠. 친구 (개그맨 김)준호를 봐도 개그맨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거든요? 또 그런 이미지를 깨고 정상에 섰다는 건 엄청난 노력밖에 설명할 게 없어요. 대단하죠. 저 또한 소망하는 게 배우 겸 감독으로 선입견을 깨면서 스마트 하게 작업해 나가는 거예요."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