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인터뷰②] 강필석이 대체불가 배우가 되기까지
입력 2016-11-04 15:03 
[MBN스타 김진선 기자] 뮤지컬 배우 강필석이 ‘대체불가배우가 됐다. 작품마다 장르와 색이 다를 뿐 아니라, 한 배역도 두 명 배우 이상이 맡으면서, 같은 작품이라도 여러 결을 내긴 하지만, 작품 안에서 오롯이 ‘강필석의 색을 내고 있기 때문. 12년 째 꾸준히 관객들과 호흡하고 있는 강필석은 초연에서 라이선스, 창작까지 배우로서 끊임없는 ‘도전을 놓지 않고 있다. 동시에 ‘강필석이 아니면 안 되는 작품까지 눈앞에 내놓게 된 것이다.

강필석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갓스펠 ‘유린타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김종욱 찾기 ‘내마음의 풍금 ‘쓰릴미 ‘닥터 지바고 ‘번지점프를 하다 ‘아가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등과 연극 ‘레드 ‘프라이드 ‘스피킹 인 텅스 ‘지구를 지켜라 등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곤투모로우 ‘씨왓아이워너씨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도 이름을 올렸다. 유독, 초연에 이름을 많이 올리는 강필석. 그는 자신 만의 색만 짙게 내지 않으면서 상대 배우와 무대에 녹아드는 힘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게 하는 힘이 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을 본 관객들 마음속에 ‘대체불가 배우로 남는다.

무대에 선지 12년 됐지만, 아직 그대로 인 것 같다. 주위가 변하고 시각이 달라지는 것 아닌가. 무섭게 생각하기보다, 어떤 순간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더 젊어 지는 것 같다. 나이 들어도 무대에 계속 서는 것이 목표지만, 물론 두려움도 있다. 나 또한 변하고 현재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 않나.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거 같다.”

강필석은 무대에 선지 12년이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무대 앞에서는 티 없이 순수하고 맑은 배우였다. 어떤 작품을 봐도 처음 본 것처럼 배역의 색을 고스란히 자신으로 흡수해버리는.

20살 때 나이든 모습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워낙 좋아하는 배우가 무게감이 있는 배우라. 중년의 배우 모습을 생각했을 때 닮고 싶은 배우가 로버트 드 니로와 양조위였다. 그 느낌이 좋더라. 그들의 영화를 좋아하고 감성을 좋아해서.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나를 변화시킨 배우다.”

맑은 눈빛으로 모든 것을 투영해 볼 것 같은 눈을 가진 강필석이지만, 원래 ‘연기보다 다른 장르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그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 사람이 바로 로버트 드 니로와 양조위 였던 것이다.

뛰어노는 것, 액션을 좋아해서 이소룡, 이연결 등을 좋아했다. 사실 연기에 큰 관심이 있지 않았는데 ‘디어 헌터 보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저런 것이 연기라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동자, 눈빛 한 번에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모습에 내 마음이 쿵쾅거리더라. 또 우연히 ‘해피투게더를 봤는데, 당시 동성애 소재가 거북할 수도 있는데 ‘정말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양조위도 드니로 팬이라고 하더라.”

두 배우를 보면서 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 강필석. 하지만 같은 일을 하다보면, 동경하는 그 누군가에 대해서도 ‘실망하는 부분이 없을 수 없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배우라면, 느껴지는 부분이 눈을 통해 드러날 수도 있고, 배우만의 색을 직접 무대에 서면서 이입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한 때 드니로가 코미디 영화를 찍기도 해서 그의 작품을 안 본 적도 있다. 놀란 점이 시간이 지나 다시 봐도 변하지 않았다는 거다, 내가 나이를 먹고, 배우들도 변해야 하는데 아니더라. 그 자체로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필석은 쉬지 않고 무대에 오르고 있다. 막연히 다작이 아닌, 무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의 마음은 작품을 통해 여실히 느껴진다. 그 이유는 뭘까.

한 번은 그만두려는 마음으로, 8, 9개월 동안 여행만 다녔다. 그 당시 누나가 연극을 했는데, 와! 눈물이 나더라. 너무 멋있고 멋있더라. 다시 배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당장 서지 않고, 좋은 작품을 만날 때까지 기다렸다. 당시 만난 작품이 ‘레드였다. 대본을 봤는데 미치겠더라. 내가 말하고 싶은 얘기가 담긴 작품을 보니 심장이 또 뛰더라.”

당시 한 잡지에서 ‘레드 연출가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당신이 무대에 존재하게 하는 힘은 불안함이라는 말인데,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배우는 불안함에 관한 것이다. 내가 완벽하기 위해 불안했던 것인데, 이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드를 통해 강신일과 호흡할 수 있었고, 강필석은 다시 무대를 마주하게 됐다. 하지만 방송 영화를 통해 잠시 무대와 멀어진 때도 있었다. 때문에 무대를 향한 각별함은 더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방송 영화 쪽 일을 할 때, 쉴 때 무대도 간간히 올랐다. 덕분에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 영화나 드라마는 연습을 안 하니. 리딩 한 번 정말 라이브하더라. 호흡이 중요한 무대와 순간 순간이 카메라에 담기는 것은 정말 확연히 다르더라. 약 1년 만에 커튼콜을 하는데 눈물이 막 나더라. 기립을 하는데 내가 이렇게 소중한 것을 왜 놓치고 있었나, 했다.”

특히 강필석은 유독 작품의 ‘초연멤버로 나선다. 작품 초연은 배우로서 만들어갈 부분도 많을 뿐 아니라, 고민할 부분도, 극이 올라가서도 채울 부분 역시 많다.

모두가 모르는 작품으로 개막 전까지 가니까, 작품을 만드는 에너지 자체가 다른 것 같다. 인물을 만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초연이 더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함께하는 배우와 스태프들의 호흡 때문이다.”

12년을 한결같이 무대에 대한 열정과 순수한 마음으로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있는 강필석. 한 작품 한 작품을 어제 작품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작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느껴졌다. 그런 강필석이 첫 무대를 앞둔 12년 전 강필석에게 한 마디 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 때 처음 맞은 커튼콜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지킬 앤 하이드 첫 공연을 올리고 무대로 나가는데 눈물이 나더라. 소름 돋고 눈물이 나면서 박수가 나오더라. 마치 처음 경기 나와서 금메달 딴 것처럼, 모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좋았다. 지금도 물론 너무 좋다. 함께 한다는 것에 말이다. 시간이 흐르고, 함께 하는 배우들이 많아질수록, 사람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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