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해리스 미국유대인위원회(AJC) 최고경영자(CEO)는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과의 핵 협상을 진행한다면 여지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력 시사했다. 1906년에 설립된 AJC는 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와 함께 미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친 이스라엘 조직으로 꼽힌다.
해리스 CEO는 2일(현지시간) 뉴욕 AJC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반도를 둘러싼 북한 핵문제 등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미국과 이란과의 핵협상에 반대한다면서 협상 과정에서 본질이 흐려졌다고 지적하면서 당초 이란 핵협상은 (핵무장) 해제를 위한 (경제제재) 해제가 목적이었지만 어느 순간 (핵무장) 지연을 위한 해제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이란의 핵을 포기시킨 게 아니라 연기시켰을 뿐이며 미국이 이처럼 이란 경제제재 해제의 ‘전제조건을 바꾼건 잘못이라는 강경 발언이다.
그는 북한이 이란 핵협상 결과를 보면서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배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리스 CEO는 리비아의 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는 핵 포기 이후 미국의 공격을 받아 제거됐고 우크라이나도 핵을 포기한 후 러시아의 침략을 받았다”며 이러한 전례를 목격한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CEO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게 좋은 처방은 아니다”면서 더 많은 핵무기는 세상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고 말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과 일본의 핵 무장론에 반대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이 방위비를 적게 내고 있으니 적정 수준의 방위비 분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국제적인 리더십이 중요하다”고만 말했다. 그는 힐러리와 트럼프 중 누가 되더라도 미국의 대외정책 리더십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해리스 CEO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며 이래서는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출산율(3.03명)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는 한국의 동질적 인종 특성은 이해하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의 이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해리스 CEO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이홍구 전 국무총리 등을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