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명과 철거민 5명이 사망한 ‘용산 사태 사흘 후인 2009년 1월 23일 몇몇 일간지 1면에 ‘뉴라이트전국연합와 범시민단체 시국선언의 광고가 실렸다. ‘어떠한 불법도 용인될 수 없다는 제목으로 철거민연합을 비난하는 이 광고의 실제 비용을 지불한 곳이 전국경제인연합회라는 문건이 나왔다.
매일경제신문이 2일 입수한 ‘대외협찬사업 점검 결과란 전경련 내부 문건에 따르면 복수의 매체에 실린 이 광고에만 전경련은 2억4346만원을 지출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전경련은 이 광고를 포함해 2009년 1월 ~ 8월 7건의 사업에서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에 총 3억 8386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전경련은 또 뉴라이트전국연합 지원사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7건 중 6건에 대해 지원효과가 높았다고 평가하고 이중 5개 사업에 대해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첨부했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 오래전 일이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김진홍 목사 주도로 2005년 설립된 보수 이념단체로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등 정치성향을 적극적으로 표출한다. 그렇다보니 국정교과서 등 여러 사안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전경련이 불분명한 이념단체들까지 지원하고 나섰다는 것 자체가 당황스러울 뿐”이란 반응을 보였다.
전경련의 ‘외도는 올해 초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어버이연합에 종교단체 계좌 등을 통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총 5억2300만원의 자금을 편법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이른바 ‘어버이연합 게이트로 인해 정치권을 비롯해 재계 내부에서도 비난이 들끓었으며 전경련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받는 상황이 됐다.
전경련 한 관계자는 이념 단체에 금전적인 지원은 이승철 부회장이 당시 전무로 승진해 전경련을 장악하기 시작한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설립 목적과는 상관없고 정치적인 논란까지 불러올 수 있는 사업들에 전경련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해체론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600여 회원사들 상당수가 알지도 못하는 사업에 전경련이 적극 나서고 있는것이다.
이같은 배경은 바로 전경련에 대한 회원사나 정부의 감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10여년 이상 정부 등 외부기관의 관리 감독을 받지 않는다. 회원사들도 ‘나 몰라라 방치하다보니 재계의 사각지대로 남아있고 베일에 쌓인 조직으로 변질된 것이다. 회비를 어떻게 어디에 쓰는지, 어떤 의사결정을 거치는 지가 하나도 걸러지지 않고 있다.
재계 주요 그룹들이 회장 직을 고사하면서 상근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사무국의 힘이 강해졌다. 특히 2007년 전무로 승진한 후 현재까지 10년간 전경련을 사실상 이끌어온 이승철 부회장의 의사결정을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은 이승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사무국이 전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회원사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은 생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행 후에도 회원사조차 사업의 세부 내역을 알수 없는 상황이다.
10대 그룹 임원 A씨는 전경련의 사업 내용은 사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알아서 잘 하고 있으려니 믿는데 최근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면 대체 전경련이 왜 이러는 것일까 싶다”고 전했다.
전경련의 임대료 수입을 제외하고 연간 회원으로부터 회비 수입은 연 400억여원이다. 회비는 연회비와 사회협력금으로 구성된다. 전체 회원사가 내는 운영비 명목의 연·월회비가 200억원 가량이며 4대 그룹이 80% 이상을 부담하는 사회협력금 2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운영 내역은 전경련 핵심 관계자 외에는 거의 알지 못한다.
주요 기업을 상대로 한 기금 모집 등에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재계의 걱정거리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 재단 등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역대 정권의 입김에 따라 앞장섰다. 1995년과 2003년 회장단에서 음성적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며 국민앞에 두번이나 머리를 숙여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경련이 자원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후문이다. 전경련에서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금 관련 내용을 알려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기업들의 얘기는 다르다. 모 그룹 CR 총괄임원은 (설명만하는) 그런 식으로 일이 되겠나”라며 지속적으로 압박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의 임원은 전경련에 모여서 설명을 하면 ‘빠지면 안되겠구나란 생각이 든다”며 부담감이 훨씬 크다고 전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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