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러시아행 유커 올해 110만명…루블약세 속 '공산주의 성지순례'
입력 2016-10-31 18:07 
사진=연합뉴스
러시아행 유커 올해 110만명…루블약세 속 '공산주의 성지순례'



'공산주의 성지순례'를 목적으로 러시아를 찾는 유커가 급증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올해 러시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1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작년 대비 16%나 증가했으며 5년 전과 비교해서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로써 러시아는 홍콩, 한국, 미국에 이어 중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16번째 국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올해 중국인 관광객 수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루블화 약세와 양국 간 비자면제 프로그램(단체관광), '붉은 관광'(Red tourism)의 흥행이 모두 맞물렸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또 유커들의 주요 관광국이었던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최근 테러공격이 발생하면서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관광지로 간주된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유적지를 방문하는 붉은 관광이 본국과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에 러시아와 중국은 작년 6월 붉은 관광 여행지 루트를 개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여행업체인 '러시안 디스커버리'에 따르면 유커들은 구소련 최초의 국가원수이자 혁명가였던 블라디미르 레닌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출생지였던 울랴노프스크와 수학했던 카잔을 여행하고, 러시아 혁명의 시발점이었던 상트페테르부르크도 찾습니다.

중국의 공산주의자 왕밍(王明)이 러시아 대문호 체호프 등과 함께 묻혀 있는 모스크바의 노보데비치 수도원 묘지도 유커들이 북적거리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WSJ는 특히 연령대가 높은 중국 관광객들이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붉은 관광에 끌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볼프강 아를트 중국 해외관광 연구소장은 "이들은 어릴 때 러시아 노래를 불렀던 것을 기억한다"며 "젊은 관광객들은 부모를 영예롭게 하려고 러시아로 효도관광을 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를트 소장은 볼셰비키 혁명 10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더 많은 유커가 공산주의 성지순례를 위해 러시아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러시아는 저유가와 서방의 경제제재로 좀처럼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몰려드는 중국 관광객들을 크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작년 중국인 관광객들이 러시아에서 10억 달러(1조1천400억원)를 쓰고 간 것을 고려할 때 올해 관광 수입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러시아 당국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려 4천㎞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은 서방과의 대결 구도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관계가 급속도로 긴밀해지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초 양국 관계가 사상 최고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과 러시아가 "영원한 친구"라고 언급하며 농밀해지는 양국의 신밀월을 재확인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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