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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불량 공모펀드` 운용실태 점검 나서…23개 펀드, 4년연속 수익률 마이너스
입력 2016-10-31 17:51  | 수정 2016-10-31 20:30
# 2009년 삼성그룹주 펀드에 가입해 매달 10만원씩 꼬박꼬박 투자해온 A씨는 통장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난다. 최근 5년간 계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더니 최근에 -20%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A씨는 "적금 대신 장기 투자하라"는 은행 직원 조언에 따라 8년째 투자하고 있는데 이대로 둬도 되는 건지 너무 불안하다.
오용석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실장은 "펀드 수익률은 한 번 나빠지기 시작하면 단기간에 복구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장기간 수익률이 좋지 않은 펀드에 대한 운용 실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공모 펀드가 수익률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매년 연속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가 2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묶여 있는 돈만 2조8000억원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펀드를 팔 타이밍을 놓친 채 원금 회복을 기다리고 있지만 수익률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매일경제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2013년부터 올해(10월 28일 기준)까지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국내 공모펀드는 총 23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2개 펀드가 삼성그룹주 펀드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2004년 국내 최초로 만들어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삼성그룹주 펀드들이 장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10월 28일 현재 설정액이 1조600억원대인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 펀드의 최근 5년간 누적 수익률은 -19%로 2013년부터 4년 연속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당시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시작으로 삼성, 동양, IBK 같은 자산운용사들이 유행처럼 삼성그룹주 펀드를 내놓으며 시중 자금을 끌어모았는데 이들 펀드의 연간 수익률도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과거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세가 관련 부품회사들로 확산되면서 삼성그룹주가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며 "최근 5년간 글로벌 경기 악화로 삼성전자를 제외한 그룹주들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펀드 수익률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나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삼성엔지니어링이나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초기 설정 당시 유명세를 탔다가 수익률이 고꾸라지면서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펀드도 많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9년 전인 2007년 10월 31일 설정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펀드'는 9년 동안 기준가격 수익률이 플러스였던 구간이 고작 9개월(2014년 11월 25일~2015년 8월 21일)에 그쳤다. 지난달 28일 기준 설정 이후 누적 수익0.5%다.
인사이트펀드는 출시 당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국내 최초의 공격적 글로벌 자산배분을 표방하며 내놓은 야심작이었다. 하지만 설정 초기엔 중국, 최근엔 미국 지역에 자산의 70%가량을 집중적으로 투자한 게 저조한 성과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밖에도 한국투자ANKOR유전해외자원개발, 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 키움현대차그룹과함께 같은 펀드들이 4년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장기간 수익률이 저조한 펀드들의 공통점은 특정 종목이나 지역, 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해당 투자 자산 가격의 급등락이 심할 경우 수익률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특정 자산에 집중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들은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수익률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 고꾸라질 수밖에 없어 위험하다"며 "몰빵 투자하기보다는 분산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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