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강남 중산층도 헤지펀드에 몰린다
입력 2016-10-30 17:39 
#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초반 직장인 양 모씨는 최근 점심시간을 이용해 헤지펀드에 1억원을 투자했다. 주식뿐만 아니라 공모주와 전환사채(CB) 등 다양한 자산과 전략을 활용해 분산투자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연간 5% 이상의 수익률을 내왔다는 점도 투자 매력으로 꼽았다. 양씨는 "지금까지 일반 공모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에 3000만~5000만원 단위로 가입했는데 공모펀드는 수익률이 별로이고 ELS는 생각보다 위험이 큰 것 같아 헤지펀드로 눈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그동안 최소 가입금액 등 때문에 '개미'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던 헤지펀드에 강남 큰손(거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중산층의 돈까지 몰리고 있다. 실제로 헤지펀드는 저금리 시대의 새로운 투자 블랙홀로 떠오르며 최근 1년 새 2배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3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국내 헤지펀드 설정 잔액은 6조8505억원으로 1년 전 3조2000억원에 비해 2배 이상 커졌다.
올해 12월 도입 5주년을 앞둔 헤지펀드가 최근 1년 새 이렇게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는 것은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0월 25일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 요건(자본금 60억원→20억원)과 최소 가입금액(5억원→1억원)을 낮춘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문턱이 낮아지면서 기존 투자자문사로 명성을 날리던 실력자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헤지펀드의 상품성이 높아졌다. 최근 1년 사이 전문사모운용사로 신규 등록한 운용사 69개 가운데 43개 운용사가 헤지펀드를 출시했다.
이들의 헤지펀드 총운용자산은 2조5000억원으로 전체 시장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기존 헤지펀드가 주식 롱숏 위주였던 반면 신규 헤지펀드는 메자닌(CB·BW), 공모주(IPO), 비상장 주식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혼합한 게 특징이다.
최소 가입한도가 기존 5억원에서 1억원 이상(레버리지 200% 이상인 헤지펀드는 3억원 이상)으로 낮아지면서 투자자 저변이 확대된 것도 헤지펀드의 인기 원인이다. 5년 넘게 지속되는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서 기관투자가들은 공매도를 활용해 수익을 내는 반면 공매도 접근이 쉽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은 헤지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에 흥미를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매일경제신문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헤지펀드를 판매하는 주요 3개 증권사의 올해 헤지펀드 가입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가입자 3명 중 1명은 가입금액이 1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3개 증권사를 통해 올해 헤지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총 1195명인데, 이 가운데 1억원 이상~2억원 미만으로 투자한 가입자가 428명으로 전체 중 36%를 차지했다. 2억원 이상~3억원 미만 가입자도 142명(12%)에 달했다. 헤지펀드 가입자의 절반가량이 3억원 미만인 셈이다. 불과 1년 전까지 헤지펀드 최소 가입한도가 5억원 이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여의도본점영업부 PB팀장은 "가입 문턱이 낮아진 이후 중산층 투자자들도 헤지펀드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운용사별 중장기 성과와 전략 등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한때 연간 20~30%가 넘는 수익률을 보이면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일부 운용사들은 지난해부터 2년째 마이너스 성과를 내면서 투자자들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헤지펀드가 난립하면서 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만큼 메자닌 전략 비중이 큰 상품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권욱 안다자산운용 회장은 "시장이 확대되는 건 바람직하지만 2000년대 초반 벤처 버블 때처럼 돈이 몰린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헤지펀드를 내놨다가 성과가 안 좋아지면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가 신뢰를 잃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헤지펀드 : 주식·채권·외환·원자재 등 자산을 대상으로 롱숏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2011년 12월 첫선을 보인 한국형 헤지펀드는 레버리지(차입) 비율을 최대 400%로 제한한 게 특징이다.
[최재원 기자 /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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