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남성화장품 시장도 이젠 고가제품 시대로
입력 2016-10-30 15:12  | 수정 2016-11-01 13:44
오딧세이

대기업 영업사원 이모 씨(남·35)는 A 브랜드의 4만 원대 프리미엄 샴푸를 사용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형마트에서 파는 값 싼 대용량 샴푸를 썼지만 탈모가 우려돼 고가의 탈모전용 샴푸를 구매했다. 패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2~3차례 백화점 온라인몰에서 쇼핑을 하면서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을 구매한다. 영업 쪽 일을 하다 보니 외모에 특히 신경을 쓴다”면서 외모관리를 하지 않을 때보다 영업 실적도 훨씬 좋아져 패션·뷰티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했다.
남성이 고가 패션·뷰티 제품의 큰손으로 떠오르고있다. 남성들이 단순히 ‘남성 전용 제품을 사는 것을 넘어 이젠 세분화된 기능까지 따지기 시작하면서 업계는 프리미엄 남성 화장품을 출시하는 등 남성 고객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남성전용 화장품 브랜드 ‘오딧세이는 올해 초 그루밍족(외모에 아낌 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위한 ‘블루에너지 라인을 출시하면서 남성 피부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남성 피부 연구소인 ‘블루아지트를 출범시켰다. 오딧세이는 20년도 더 된 브랜드지만 남성 피부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력을 따로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원 8명이 남성 피부에 최적화된 원료와 제형 등을 연구 및 개발한다.
오딧세이 가격대는 ‘블랙 스킨 리파이너 3만7000원, ‘블루 에너지 에센스 워터 3만 원대 등으로 중가인 제품도 있지만, 세트 상품 경우 7만5000원 대로 고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인기를 끌고있다고 업체 측은 전했다. 남성들은 기능이나 브랜드 상관 없이 아무 화장품이나 바른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아베다도 최근 남성전용 프리미엄 헤어제품 라인 ‘인바티 맨 솔루션을 론칭했다. 최근 20·30대 남성들 사이에서 머릿결과 두피관리에 좋은 제품을 찾는 문의가 많아 출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남성들은 20만 원을 웃도는 고가의 프리미엄 향수에도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소위 향수계의 ‘명품이라 불리는 니치 향수들도 남성을 겨냥한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프랑스 향수 전문 브랜드 ‘딥디크의 ‘탐다오는 유명 남성 연예인이 쓰는 향수로 입소문이 나면서 19만 원대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고있다. ‘톰 포드의 남성 전용 향수 ‘네폴리 포르토피노 아쿠아도 브랜드의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09년 6억2350만 달러(약 7008억 원) 규모였던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2014년 10억2990만 달러(약 1조1571억 원)로 65% 성장했다. 2020년에는 1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체들이 잇따라 고가의 남성용 화장품을 출시하는 이유다.
패션업계에서도 남성의 소비력이 두드러진다. 실제 지난 1년 동안 한섬 온라몰에서 의류 브랜드 ‘시스템 옴므(남성)의 매출과 구매건수는 ‘타임과 ‘시스템(여성)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한섬 온라인몰 전체 매출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하지만 구매력은 여성 못지 않다는 얘기다.
남성 패션시장이 확대되자 LF는 최근 ‘헤지스의 신규 비즈니스웨어 라인인 ‘미스터 헤지스를 새롭게 출시했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 ‘톰보이 역시 지난 8월 20~30대 남성을 겨냥한 컨템포러리 남성복 브랜드 ‘코모도 스튜디오를 신규 런칭했다.
이처럼 남성이 여성의 영역으로 간주됐던 패션·뷰티 업계에서 영향력이 커진 이유는 결혼이 늦어지면서 구매력은 있지만 부양할 가족이 없어 자신에게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외모를 꾸미는 남자는 남자답지 못하다는 부정적 시선이 사라지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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