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 “체포영장 발부 여유있는데 긴급체포땐 위법”
입력 2016-10-28 14:52 

사전에 체포영장을 발부 받을 시간 여유가 있는데도 긴급 체포해 범행을 자백받고 증거를 수집한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실제 범행을 저질렀는지와 관계 없이 긴급 체포가 위법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28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모씨(50)의 상고심에서 원심은 긴급체포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의심을 받고 긴급체포된 한씨는 소변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와 실제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설령 죄를 범했다고 의심이 들더라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미리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긴급체포는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관이 이미 피고인의 신원과 주거지, 전화번호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마약투약 범죄 증거가 급속하게 소멸될 상황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마약 전과자인 한씨가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집으로 찾아가 문을 강제로 열고 긴급체포했다. 붙잡힌 한씨는 투약을 자백하고, 소변검사에도 동의했다.
그러나 법원은 경찰 긴급체포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증거를 없애거나 도망갈 염려가 있고, 우연히 발견한 경우와 같이 ‘긴급을 요할 때에 한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원심은 긴급체포가 위법할 경우 범인의 자백, 현장에서 발견한 사진과 소변 검사 결과가 모두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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