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탈퇴·계약금 환불 불가능
입력 2016-10-25 17:27 
분양 열풍 속 '묻지마 투자' 주의보
"한강이 내다보이는 여의도 초역세권 대단지 아파트라고 하니 투자를 하고 싶었죠. 그런데 시공예정사도 없고 막상 사업용지라는 곳에 가보니 '아차' 싶었지만 이미 낸 3000만원을 돌려받을 방도는 없었습니다."(서울 영등포구 A지역주택조합 조합원 B씨)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묻는 문의가 계속 들어오지만 법적 구제 장치가 전혀 없어요. 땅 주인이 제각각 여러 명인데 언제 용지를 확보해서 아파트를 짓나요."(영등포구청 주택과 관계자)
서울·수도권 아파트 투자 과열 논란이 이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최근 속앓이하고 있는 곳이 영등포·성북 일대다. 투자 열풍과 뉴타운 해제 시기가 서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조합원 탈퇴와 탈퇴 시 계약금 환불 건으로 민원이 빗발쳐 얼마 전에는 공정위에 자문요청까지 넣었지만 위법 소지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업자들 입장에서는 합법적인 '먹튀'가 가능한 사업이다 보니 시장이 뜨거운 시점을 타서 달려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은 11월 초 신길 뉴타운 해제지 일대에 지역주택조합 가입 주의사항을 담은 현수막을 대대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주요 단계는 '조합 설립'과 '사업계획 승인'이다. 문제는 조합 설립과 관련해 조합원 탈퇴와 계약금 환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탈퇴 관련 사항이 법적 구속력 없는 표준규약에만 명시돼 있고 계약서에 환급 관련 사항이 모호하게 규정됐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파트를 지을 땅을 확보하는 것이다. 토지 소유주(자주) 80% 이상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을 받은 후 토지의 95% 이상에 대해서 소유권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주들이 동의를 하지 않거나 동의한 후에도 토지 매매 단계에서 가격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새 조합원들의 자금은 운영비 명목으로 사라지고 오히려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 각 구청 주택과 관계자들은 "100~200가구 정도인 소규모 단지가 아니라 서울 시내에서 1000~2000가구씩 하는 지역주택조합을 짓는다는 것은 토지 확보 가능성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8월 새누리당이 김현아 의원의 대표발의를 통해 조합원 모집 시 관할·행정청에 신고 후 공개적으로 조합원을 모집하도록 하는 등 주택법 개정안을 냈고 국민권익위원회는 국토교통부에 사업 안정성과 소비자 피해 방안을 강구하는 연구용역을 요청한 상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내년 지역주택조합 제도 전면 개편을 앞둔 틈새 기간에 최근의 투자 심리에 편승한 조합원 모집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다세대·연립(빌라)을 짓거나 지역주택조합을 해보려는 업자들이 많은 뉴타운 해제 지역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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