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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진짜타자] ‘보통이 아닌’ 안익훈, ‘심쿵’했던 슈퍼캐치
입력 2016-10-25 06:02 
LG 외야수 안익훈은 대수비로 들어간 연장 11회 2사 1,2루에서 NC 나성범의 우중월 타구를 잡아내며 팀을 플레이오프 패전 위기에서 건졌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24일 플레이오프 3차전)
결국 이 캐치 하나를 보려고 그 많은 ‘고구마 이닝을 참아내야 했던 걸까.
‘심쿵했던 호수비였다. 1-1이던 연장 11회초 NC 3번 나성범의 우중월 큼직한 타구를 전력질주 끝에 펜스 앞에서 잡아낸 LG 중견수 안익훈의 ‘슈퍼캐치는 마운드의 임정우를 주저앉게 했고 스탠드의 LG 팬들을 뛰어오르게 했다.
안익훈은 타자의 콘택트 포인트를 보고 타구음을 들은 뒤 낙하지점으로 전력질주했다. 예민한 감각과 정확한 판단이 살아있는 최고의 외야수비를 보여줬다.
큰 포물선을 그리는 외야타구를 쫓아가 잡아내기까지 외야수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길어야 6초 내외다. 타구음을 듣고 낙하지점을 예측해 전력 질주하는 경우, (타구를 눈으로 쳐다보면서 따라가는 경우와 비교할 때) 야수가 벌 수 있는 시간은 약 1초라고 한다. 안익훈은 이 1초를 살뜰하게 벌어 기어이 늦지 않게 낙하지점에 도달하면서 LG를 벼랑에서 구했다.
LG 코치들이 수비력만큼은 무조건 엄지를 치켜세웠던 기대주라고 하지만, 안익훈은 이제 프로 2년차, 스무살 새내기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에서 연장 11회 대수비로 들어와 모두의 숨을 멎게 하는 호수비를 태연하게 펼쳐 보이는 것은 결코 ‘기대대로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실력과 담력이 고루 보통이 아닌 것 같다. 진짜배기 실력으로 탄탄하게 준비돼 있는 선수라고 해야겠다.
이에 앞서 정규이닝의 고비에서는 NC 외야수들의 ‘슈퍼캐치가 돋보였다. 3회말 2사1,3루에서 LG 김용의의 타구를 잡아낸 NC 중견수 김준완, 8회말 LG의 다섯 번째 만루 찬스를 무산시킨 NC 우익수 나성범의 다이빙캐치는 이날 마운드가 16개의 4사구를 쏟아내면서도 끈질긴 ‘버티기를 보여준 NC의 힘이 됐다. 안익훈의 슈퍼캐치가 날카로운 ‘타구판단 덕분이었다면, 김준완-나성범의 다이빙캐치는 정확한 위치선정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두 야수 모두 출발점이 좋았고 최적의 타이밍에 과감하게 다이빙하면서 팀의 실점 위기를 건져냈다.
외야수의 수비는 주자 상황과 타자의 특성, 배터리의 승부를 고루 참작해 미리 최적의 포인트에 자리 잡는 데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 다만 한두 발짝의 차이여도 결국 타구에 닿을 수 있는 수비범위를 차지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순간, 커다란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 내곤 한다.
KBO의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볼넷, 4사구, 잔루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던 경기였다. 뛰는 선수들은 민망하고 보는 팬들은 답답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길 호수비 장면들이 나와 다행이었다. 아무쪼록 25일의 4차전에서는 양 팀 타선이 조금 더 힘을 내주기를 바라본다.(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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