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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값 올리는 포스코…용광로 株價
입력 2016-10-24 17:52 
2013년 포스코는 자동차업계와 조선업계에 철강을 공급하는 '절대 갑' 위치를 만끽했다. 그해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만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여윳돈으로 국내외 기업을 가리지 않고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세계경영'이란 그럴듯한 표어까지 내걸었다. 포스코가 주력인 철강업이 아닌 부업을 즐기는 사이 조선업이 침몰하며 관련 업계가 침체기에 돌입한다. 한참 뒤에 따라올 것으로 봤던 중국 철강사들은 물량 공세로 포스코의 세계 점유율을 잠식했다.
이에 따라 2014년 포스코 순이익은 550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당기순손실 961억원을 기록했다. 47년 만의 첫 적자에 포스코는 철강업 집중과 구조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비상경영'으로 재빨리 간판을 갈아 끼우게 된다. 철강업 침체와 중국의 성장, 조선사 몰락 등 '삼중고'에도 불구하고 포스코는 올해 철강가격 상승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구조조정이라는 두 축으로 '깜짝 반전'을 이뤄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11월 냉연강판 값을 지난달 대비 5만원 인상해 t당 84만원으로 결정했다. 포스코는 열연강판도 t당 3만원 올리기로 했다. 조선용 후판과 자동차강판 등도 연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그동안 상당한 가격 인상 압박에도 조선 등 철강 수요 산업의 어려움을 감안해 가격 인상을 자제해 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주원료인 원료탄 가격이 최근 두 달 새 두 배 이상 오르자 포스코가 가격을 인상할 명분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평균 t당 78만원이었던 냉연강판 가격은 3분기 79만원을 거쳐 4분기 80만원대에 진입할 예정이다. 열연강판 가격도 3년 만에 t당 60만원 시대를 열게 됐다.

포스코의 변함없는 효자 상품은 냉연강판으로 이 가격의 추이와 주가는 일맥상통한다. 냉연강판은 자동차·가전제품 외장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제품으로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철강제품군이다. 포스코 철강사업의 33.4%를 차지한다.
중국발 훈풍도 포스코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초 철강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3년 내 1억t을 감산하겠다고 선언했고 지난달 바오산철강과 우한강철 합병을 승인했다. 공급과잉이 해소되면서 중국 내 철강사들이 철강값을 대거 인상했고 자연스레 올 3분기 흑자 전환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철강가격 인상의 마지막 장애물이 사라진 셈이다. 포스코는 장부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계열사도 대거 정리했다. 계열사 95곳 중 46곳에 대한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중국 청도포금강재 가공센터 매각, 포스코AST·포스코P&S 합병, 그린가스텍·포스코 합병 등 계열사 구조조정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해외 철강 자회사까지 실적이 호전되면 주가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포스코의 배당성향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철강은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충격 내성을 보유한 데다 배당수익률(3.3%)도 높아 보수적 투자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26일 발표되는 3분기 영업이익이 876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상승한 수치로 3년 만에 최고치다.
수급도 괜찮은 편으로 최대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의 투자까지 예고돼 있다. 국민연금은 24일부터 운용사 등을 통해 대형주 중심으로 4조원 규모 추가 투자에 나선다. 이날 포스코 주가는 전일 대비 2.07% 오른 24만6500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무려 48%나 상승한 주가 수준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오른 주가와 미국의 포스코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등 외부 요인이 포스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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