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연일 선거시스템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상대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면서 사상 최악의 선거 후유증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22일(현지시간) 펜실베니아 게티즈버그 유세에서 선거시스템을 비롯한 사회 전반이 왜곡되고 조작됐다”면서 수많은 법을 어기고 거짓말을 일삼은 힐러리가 대통령 선거에 나온 것만 봐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본인이 당선되지 않을 경우 선거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힐러리 쪽으로 승기가 기울어지자 판세를 흔들기 위해 트럼프 진영에서 꺼내 든 승부수가 ‘선거 불복 시나리오다. 선거시스템 조작을 제기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부동층을 흡수해 판세를 뒤집어보겠다는 시도다.
트럼프는 지난 19일 제3차 TV토론에서 선거불복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으며 20일 오하이오 델라웨어 유세에서는 선거패배시 소송 가능성도 내비쳤다.
힐러리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는 전략도 병행했다. 트럼프는 21일 노스캐롤라이나 플렛처 유세에서 힐러리는 내가 아는 가장 부패한 정치인”이라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힐러리를 처벌할 많은 수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힐러리를 처벌하려면 반드시 내가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고 지지를 촉구했다.
트럼프는 또 힐러리 정책공약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취임 후 100일 구상을 내놓았다.
취임과 동시에 환태평영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을 철회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불공정무역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특히 키스톤 송유관 건설을 재개하는 등 셰일가스와 석유, 천연가스를 포함해 모든 미국의 에너지자원 생산에 대한 규제를 철회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약속한 유엔 기후변화대책 관련 자금 출연을 취소하고 그 돈으로 미국의 물과 환경 기반시설 개선에 쓰겠다고 주장했다.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선정하고, 200만 명 이상의 불법이민 범죄자들에 대한 추방을 시작하며, 테러 의심자가 발생한 국가로부터 이민 수용을 중지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또 자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증언이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모두 거짓말”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진영의 이같은 과격한 전략 선택으로 내달 8일 대선 이후 누가 승리하더라도 미국 민심이 분열하고 민주주의 기반이 위협받는 등 후유증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강경 트럼프 지지자들은 대선 패배 시 ‘쿠데타, ‘클린턴 총살 등의 막말도 일삼고 있다.
현재 판세는 힐러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로이터-입소스가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주에 대선이 치러지면 힐러리가 승리할 가능성이 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힐러리가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326명을 확보하면서 대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 경합지 중에서는 노스캐롤라이나와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네바다 등 대형 주에서 힐러리가 승리할 것으로 조사됐다. 공화당 텃밭인 애리조나와 오하이오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다.
21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서도 주요 경합주 조기투표에서 힐러리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330만명이 조기투표를 했으며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와 애리조나 유타 위스콘신 버지니아 조지아 등에서 4년 전인 2012년 선거에 비해 민주당에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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