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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듀! 주식시세 전광판…37년만에 역사 속으로
입력 2016-10-21 16:19  | 수정 2016-10-21 17:21
1979년 9월 서울 명동 대신증권 본사에 설치된 `국내 1호 주식 전광시세판`. 1985년 대신증권이 여의도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이 전광판 위치도 현재 여의도 대신증권 1층 영업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진 제공 = 대신증권]
# 1979년 9월에 태어난 저는 이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떠나려 합니다. 어린 시절 제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던 여의도 증권맨과 투자자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젠 제 앞에 계신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들만이 '내가 한때 증권가에서 중요한 일을 했었구나'란 추억을 되새길 수 있게 해주십니다.
증권가 객장의 상징이었던 '주식 시세 전광판'이 3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최근 서울 여의도 본사 1층에 설치된 주식 시세판을 올해 말까지 운영한 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12월 서울 명동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주식 시세판을 따로 설치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시세판은 한국 증권업계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온라인 디지털 전광판이다. 대신증권 창업주인 고(故) 양재봉 명예회장이 1979년 업계 최초로 도입했는데, 이는 전산부문이 증권회사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본 그의 과감한 결단 때문이었다. 이후 '대신증권 최초는 곧 증권업계 최초'란 등식을 성립하게 해준 상징물이 됐다.
이전까지는 증권사 영업점 직원이 칠판에 분필로 적는 식이었다. 한국거래소에서 일정 시간에 한 번씩 모든 증권사 지점에 있는 스피커로 주가를 고시하는데, 고시가 되면 증권사 직원이 일일이 손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 당시 대신증권 디지털 시세판은 혁신적이었고, 다른 증권사들도 앞다퉈 설치하기 시작했다"며 "주식 거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증시 활성화에도 일조한 시세판은 여의도 증권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모습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들어 가로 7m, 세로 2.5m가량인 이 시세판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활성화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주식 거래가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증권사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줄어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시세판은 점점 '계륵' 취급을 받게 됐다. 날이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는 증권사로선 '비용 절감'이 최대 화두가 되다 보니 시세판을 아예 설치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철거하는 증권사가 점점 늘어났다. 결국 현재는 제일 먼저 태어난 여의도 대신증권 1층 영업점 시세판이 가장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게 됐다.
대신증권이 떠나는 건물은 신영증권이 인수한다. 두 증권사는 1985년 여의도로 본사를 옮기면서 사옥을 공동으로 건립해 30년 넘게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신영증권은 '한국의 마지막 주식 시세판'이 있던 곳을 금융과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 라운지 형태의 북카페로 조성할 예정이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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