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남재건축 "내갈길 간다"
입력 2016-10-18 17:59  | 수정 2016-10-18 19:32
투기과열지구 지정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정부 수요규제의 0순위에 오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가격급등과 규제가능성 등에 아랑곳없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인 15일 서초 잠원동 신반포12차 재건축 조합의 설립 총회가 열렸으며 조합 측은 서초구청에 조합설립 인가신청을 일정대로 제출할 계획이다.
통상 '조합설립-사업인가-건축심의·관리처분인가-이주-일반분양'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조합 설립은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름을 의미한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주말 이후 매수 문의가 늘어나면서 호가도 오르고 있다"며 "12차 전용 106㎡의 매매 시세는 13억원 선이었지만 조합 총회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말부터 13억5000만~14억원 선으로 매도 호가가 상향조정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서는 한강 조망권을 내세운 신반포7차 아파트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 총회를 당초 잡힌 일정대로 29일 개최한다. 강남권 노른자 땅에 아파트를 지어 '간판 효과'를 보려는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사 후보로 나서 '별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반포7차는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 306.6대1로 올해 서울 최고치를 기록한 '아크로 리버뷰'(신반포5차)인근에 자리한 단지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대형사인 대림산업과 중견사인 호반건설이다.
호반건설과 대림산업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상징성을 고려해봤을 때 정부 규제 움직임과 상관없이 시공권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과 같은 불확실한 변수가 늘어나기 전에 공사를 수주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은 입찰 보증금이 50억원 이상으로 다른 지역(10억~30억원 선)에 비해 높아 업계에서는 보증금 액수가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통한다.
상승세를 타고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서초 반포·잠원 일대 전경. [매경DB]
'센트럴자이'(신반포6차)는 8월 말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이주 단계에 접어들었다. 신반포6차 조합 관계자는 "청약열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와 규제 등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이 섞여 있기 때문에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분양 예정인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신반포18+24차 통합)와 별개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신반포18차 337동은 현재 사업인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서초동에서 1000가구 이상 규모로 들어서는 '서초그랑자이(서초 무지개)는 이달 29일 조합의 관리처분총회를 앞두고 있다.
강남구에서는 청담동 일대의 사실상 마지막 재건축으로 통하는 청담삼익이 지난달 서울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한 후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심의를 통과하는 대로 이르면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 접수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심의 신청 이후 10월 들어 1주일 새 매도 호가가 최고 5000만원 상승한 상태로 현재 전용 104㎡형 매물은 15억5000만~16억원 선에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 국토교통부 등 정부의 제재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강남·서초 일대 재건축 사업이 분주히 돌아가는 양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슷한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아파트 지을 땅이 부족한 서울 안에서도 학군·투자 수요가 모이는 곳이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라며 "정부 규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서초 일대 재건축 시세는 비단 저금리라는 요인 뿐 아니라 개발호재가 반영된 부분도 있다"면서 "현 상황을 거품이라고 속단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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