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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과잉진료항목 떼내 가입한다…금융위 연내 개편안 발표
입력 2016-10-18 17:39  | 수정 2016-10-18 19:41
"젊은 나이에 비싼 보험료를 내고 이런 보장까지 포함된 상품에 가입해야 되나?" 20대 직장인 서 모씨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위해 보장 내용을 살펴보다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아직 젊은 나이에 필요해 보이지도 않는 물리치료(도수치료), 척추 관련 수술 등이 보장 내용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 떼어내고 가입할 수 없어 서씨는 비싼 보험료를 내고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서씨와 같은 고민이 다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서 보험 가입자들이 특정 보장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고 의료계 과잉진료에 따른 보험사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5개 특약을 따로 떼어내 소비자들이 선택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실손보험 개편안이 연내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 개편을 위한 업계 의견 취합을 마치고 관련 방안 을 마련 중이다. 금융위가 준비 중인 방안은 소비자들이 필요에 따라 기본형 또는 기본형+특약 등의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금융위가 보험업계와 함께 준비중인 방안에 따르면 △도수치료(치료사가 손 등을 이용해서 하는 치료) 및 체외충격파 치료 보장 △비급여 주사제(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지 않는 주사료) 보장 △척추체 관련 비급여 의료(척추 관련 비급여 수술법) 보장 △MRI 보장 △증식치료(염증을 줄이기 위한 주사치료법) 보장 등을 기존 실손보험에서 따로 떼어내 소비자들이 선택해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단 5개 특약을 모두 자율 가입 형태로 놔둘 경우 소비자들이 5개를 일일이 다 가입해야 하는 등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5개를 2, 3개 그룹으로 묶어 특약형 상품으로 만들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과잉진료로 인한 손해율이 높은 5개 항목을 뽑은 것"이라며 "아직까지 어떤 항목들을 한 그룹으로 묶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실손보험과 달리 기본형이나 기본형과 1, 2개 특약만 가입한 가입자들을 위한 보험료 할인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상품 가입자들의 경우 신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을 쉽게 하도록 가입심사 등을 간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

또 자동차 무사고자에 대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것처럼 오랫동안 실손보험을 청구하지 않은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다음달 공청회나 유관기관 태스크포스(TF) 회의 등을 거쳐 개편안을 확정 지을 계획이다. 12월에 최종 개편안을 내놓고 내년 상반기에 관련 신상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생각이다.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개편을 서두르는 이유는 의료계 과잉진료를 통한 보험사들의 피해가 심각해 상품 자체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 건수는 3266만건에 달해 온 국민의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손해율이 123%에 달할 정도로 적자구조가 심각하다. 보험사가 보험료로 100원을 받았다면 123원을 지출할 정도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의료계에서 도수치료 등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관련 치료를 과다하게 시행해 국민들은 물론 보험사들에도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건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비급여 실태 파악 계획을 전체 병원의 90%에 해당하는 의원급(29개 이하 병상)까지 확대해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식 기자 /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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