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업전문가 신장섭 교수의 직언 "경영권 승계와 고용창출 조화시켜야"
입력 2016-10-18 17:09 

분배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놓는 경제민주화 정책들이 오히려 기업의 단기이익에 집착하는 기관 투자자로 부의 쏠림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제대로 된 원인분석에 근거하지 않은 연목구어 법안들이다.”
기업 전문가인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가 18일 국내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분들이 미국 주주 행동자의자들과 굉장히 유사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경제민주화… 일그러진 시대의 화두을 펴낸 그는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다시 무비판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상황에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출판 배경을 밝혔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논의하려면 우선 현재 한국이 ‘경제독재인가를 생각해야 하고 그 다음에 실제로 내놓는 경제민주화 수단들이 분배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결국 미국식으로 전문경영인을 내세운 주주 행동주의를 하자는 것인데 미국경제에 대해 커다란 착각, 무지, 나아가 무시에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미국 경제에서 기관투자자들의 투기적 속성을 경계한 금융규제가 지켜졌지만 석유파동과 일본, 독일의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자국기업 경쟁력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됨에 따라 이 원칙이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이는 주주 가치 극대화를 요구하는 ‘기관투자자·기업사냥꾼·주주행동주의·대리인 이론로 구성된 대기업 개혁 4자동맹로 이어졌고 이는 일부 기관투자자로의 경제력 집중을 야기했다는 것이 신 교수가 분석하는 양극화의 근본 원인이다.

그는 한국에서 이들을 ‘소액주주로 칭하는데 사실 기관투자자들이 한국 재벌보다 훨씬 강한 집중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 분석에 따르면 최대 뮤추얼 펀드 기관투자자인 블랙록이 5%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전세계 2610개에 달한다. 신 교수는 이들이 세계 국제금융시장을 움직이고 있으며 둘 셋이 작정하고 모여 주주지분 20%이상을 확보하면 기업 미래가 달린 주주총회 안건의 가부여부를 마음대로 결정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IMF 권고대로 대기업 구조조정을 하고 외국인 기관투자자가 들어오면서 한국도 기관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졌다”며 2000년대 이후 기업의 장기적 성장보다 단기적 이익를 좇는 쪽으로 경영트렌드가 변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란 단어를 버리고 균형적 성장을 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을 모색하자고 강조했다. 단기 주주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보다 가족경영이 더 효율적이라고 보는 그의 제안은 재단을 통한 경영권 승계 허용이다. 신 교수는 단순히 사회복지 사업을 하는 재단이 아니라 그 재원으로 중소·중견기업들과 함께 벤처를 만들면 안정적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장기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실경영 등으로 불거진 가족경영 문제점에 대해서도 그는 전문경영인 체제와 마찬가지로 가족경영이라고 전부 잘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특정사례가 아닌 평균적 추세를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기업 경영권 승계에 대한 많은 비판이 객관적 자료보다 국민정서에 의한 감정에 근거해 있다고 비판했다.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 이사회에 분사와 주주 특별배당 등을 요구한 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 그는 ‘승계라는 삼성의 약점을 잡고 원하는 걸 내놓으라고 하는 고급협박에 지나지 않는다. 엘리엇은 바뀌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부인했다.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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