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짜경유로 30억 챙겨…정제유로 위장해 ℓ당 530원 탈루
입력 2016-10-18 14:12 
가짜 경유 운반책이 해외 저질 경유로 만든 가짜 경유를 한 주유소 탱크에 공급하고 있다.

해외 저질 경유를 위장 수입해 가짜 경유로 만들어 파는 신종수법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해외 경유를 정제유로 속여 들여오면 ℓ당 530원의 세금이 붙지 않아 그 만큼 부당수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18일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해외경유를 정제유로 위장수입한 뒤 가짜경유로 만들어 판매한 혐의(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로 총책 최모씨(50), 자금책 이모씨(42) 등 10명을 구속하고, 운반책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최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현지에서 질 낮은 경유를 정제유로 위장수입한 뒤 가짜 경유 615만ℓ(시가 72억 원 상당)를 만들어 시중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용 수입 경유에 부과하는 세금(1ℓ당 530원)을 탈루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경유를 정제유로 위장해 수입했다. 자동차용 연료는 한국석유관리원이 통관 때부터 엄격하게 검사하지만 폐유나 폐윤환율 등을 재활용해 만든 정제유는 관리 주체가 따로 없어 무작위 추출 샘플에서 눈으로 확인만 되면 통관이 가능한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해외 경유에 검은색 염료를 첨가해 폐유처럼 위장한 뒤 세관을 속였다. 해외 경유는 울산 등지에 있는 폐유정제업체에 임시 보관했다 제조공장으로 옮겨 식별제를 제거한 등유, 바이오디젤, 국내 경유와 섞여 가짜경유로 재탄생시켰다. 이렇게 제조된 가짜 경유는 경기 인천 충남 경북 등에 있는 12개 주유소를 통해 판매됐다 .경찰조사 결과 해외경유를 ℓ당 400원에 수입한 최씨는 국내에서 가짜 경유로 다시 만든 뒤 전국 가짜 경유 판매 주유소에 ℓ당 약 700원에 넘겼다. 특히 최씨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주유소 3곳(세종·당진·인천)을 통해 정상가 보다 싼 ℓ당 1100원에 가짜경유를 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 등이 만든 가짜 경유는 한국석유관리원 정밀검사에서도 쉽게 발각되지 않을 만큼 정밀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수사기관과 석유관리원 단속에 대비해 등유·경유 홉합 장치를 개조 차량에 설치해 언제든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주도면밀함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경유와 등유를 혼합한 가짜 경유의 경우 보통ℓ당 100원 정도가 부당수익이나, 해외 경유로 만들면 탈루한 세금 만큼 부당이득이 늘어난다”면서 피의자들은 약 30여 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짜 경유를 차량 연료로 사용하면 연비와 출력이 떨어지고 차량 고장을 일으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등유에 첨가한 식별제를 제거한 뒤 국내산 경유와 섞는 방법으로 가짜 경유 290만ℓ(시가 38억원 상당)를 제조·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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