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산 곰내터널, 잦은 전도사고 원인은 '구조적 문제'
입력 2016-10-18 10:07 
부산 곰내터널 / 사진=연합뉴스
부산 곰내터널, 잦은 전도사고 원인은 '구조적 문제'


올해 9월 부산 기장군 곰내터널에서 유치원 버스를 비롯한 차량이 3차례나 옆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모두 비가 오는 날이었고, 기장군 철마면에서 정관신도시로 가는 도로에서만 전도사고가 발생해 '마(魔)의 구간'이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부산시 등은 운전자 부주의, 과속, 포장면 마모로 인한 미끄럼 사고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했습니다.

부산시는 이에 따라 우선 예비비 10억원을 들여 정관신도시 방향 곰내터널의 포장면에 홈을 판 미끄럼 방지시설 그루빙(grooving)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부산경찰청은 9월 26일부터 곰내터널이 있는 정관산업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80㎞에서 70㎞로 낮추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임창식 박사가 최근 정부 3.O 협업 사업으로 도로정밀 조사차량을 이용, 곰내터널 안팎을 조사한 결과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8일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관신도시로 가려고 곰내터널에 들어선 후 약 100∼130m 지점에서는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좌우 경사(편경사)가 1.5∼2%는 돼야 물이 도로 가장자리로 원활하게 빠지는 데 이 구간의 편경사는 0.15∼1.2%에 그쳤습니다.

거의 평지여서 차량 바퀴 등에 딸려 들어온 빗물이 터널 안 도로 중간에 고여 수막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고 임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차량의 제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사고 위험이 매우 커집니다.

또 곰내터널의 정관신도시 방향 도로는 입구부터 출구까지 1천830m 구간이 계속해서 내리막길이었습니다.

종단경사가 -0.26∼-4.4%로 기준(최고 -17% 이하)을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내리막길에서는 운전자가 평지와 같은 힘으로 가속페달을 밟아도 속력이 매우 빨라집니다.

또 터널 안에서는 좌우 구조물이 단조로워 운전자가 속도감을 느끼기 어려워 과속 위험이 있다고 임 박사는 밝혔습니다.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터널 입구에서 30m 지점까지 종단 평탄성이 3.78∼11.59로 측정됐습니다.

종단 평탄성은 '0'에 가까울수록 평평하다는 뜻인데 이 정도 수치면 차체가 위아래로 덜컹거려 자칫 중심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임 박사는 "곰내터널에 미끄럼 방지시설을 갖추거나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빗물이 잘 빠지도록 하고 울퉁불퉁한 노면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곰내터널에서는 지난 9월 2일 유치원생 등 23명이 탄 버스가 정관신도시 쪽으로 달리다가 빗길에 넘어졌고, 열흘 뒤에는 비슷한 곳에서 트레일러가 빗길에 미끄러져 전도됐습니다.

또 같은 달 17일에는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봉고 트럭이 빗길에 미끄러졌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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